단체장들 치적 홍보 ‘바쁘다 바빠’

선거 60일전 ‘영향 행위 금지’ 코앞
준공식·착공식 줄줄이 “내용없는 재·삼탕” 비판

지방선거를 앞둔 자치단체장들이 현직의 이점을 살려 치적을 홍보하느라 바쁘다. 선거 60일 전인 4월1일부터 선거에 영향을 끼치는 각종 행사를 열 수 없기 때문에 한꺼번에 행사들을 치르고 있다.

치적 홍보용 행보= 재선에 도전하는 민주당 소속 박광태 광주시장은 30일 오전 10시 조선대 그린빌리지 준공식에 참석한 뒤, 이날 오후 2시 무등산 증심사지구 복원사업 기공식에 참석했다. 31일에는 광주천 정화사업 시범구간 개장식을 마련한다.

박 시장은 최근 열흘 동안 하루에 한 건 꼴로 한 시간 짜리 맞춤형 기공식과 준공식을 잇달아 열었다. 문제는 이 행사들이 시민들한테 알려진 데다 별다른 진전도 없이 민감한 시기에 펼쳐진다는 것이다. 내용조차 어슷비슷하고 재탕삼탕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7일 상무시민공원에서 식목행사를 열고도 23일 광주시청 부근에서 1000만 그루 나무심기에 참여해 비슷한 행사를 두 가지 이름으로 펼쳤다. 또 지난 9일 광주천 자연형 정화사업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31일 주민을 초청한 개장식을 따로 마련한다.

이밖에 디자인센터와 그린빌리지는 이미 몇 달 전에 마무리해 입주까지 마친 사업인데도 뒤늦게 개원식과 준공식을 열었다. 어등산 관광단지 기공(15일), 광주호 생태원 준공(20일), 금형산업센터 기공(27일), 첨단산단 진입도로 착공(28일), 무등산 증심사 환경복원 기공(30일) 따위도 재탕삼탕된 사업들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박맹우 울산시장도 지난 8일 ㈜폭스존과 북구 강동 산하지구 8000여평에 쇼핑몰을 건립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해 선거를 의식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발표했다는 비난을 샀다.

충남 보령의 이시우 시장은 한달 사이 준공식과 기공식 등 행사 7건을 치렀다. 이 시장은 갈매못 성지(4일)와 대천항 수산시장(30일)을 기공했고, 축산폐수처리장(15일), 민속기구 전시관(17일), 대천초등 씨름장(21일), 대천10통 마을회의소(31일) 등지 준공에 참여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교모한 선거법 피하기= 선거법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선거 60일 전부터 연례적으로 행사로 치르거나 법령에 근거가 있는 행사를 빼고는 각종 행사를 개최하거나 후원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직 단체장의 직위로 선거에서 누릴 수 있는 이점을 줄이자는 뜻이다.

자치단체들은 이런 규정에 따른 논란을 피해 각종 행사를 여는 것을 자제한다. 대신 기공식과 준공식을 미리미리 앞당기는 수법으로 교묘하게 대응한다.

유원홍 광주시선관위 사무국장은 “치적 홍보를 한다는 의도는 보이지만 제재할 근거가 없어 법률적으로 문제삼기 어렵다”며 “불공정하다는 도덕적 비난을 받을 우려가 있는 만큼 단체장들이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대전 울산/안관옥 송인걸 김광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