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눈] ‘비표’ 없는 가족 입장 막아
70~80대 노인들 ‘글썽’
뜻깊은 ‘대통령 참석’ 빛바래
70~80대 노인들 ‘글썽’
뜻깊은 ‘대통령 참석’ 빛바래
참으로 답답한 느낌이었다. 4·3위령제 행사가 이처럼 따뜻한 날씨 속에 치러진 것은 몇년 사이에 없었던 일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58년 전 일어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인 4·3사건에 대해 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행사장을 방문해 영령들을 추모하고,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을 거듭 사과한 것은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노 대통령의 4·3위령제 행사 참석은 한국전쟁을 전후한 해방공간에서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그러나, 그런 의미가 위령제 행사장에서는 퇴색됐다는데 아쉬움이 크다. 이날 대통령의 참석사실을 모른 채 4천여장이나 발행한 이른바 ‘비표’를 받지 못한 유족들은 위령제 본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여기저기서 70~80대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 손자들의 항의가 터져나오고, 일부 할머니들은 울먹이기도 했다.
“1년 중 4월3일만 오면 가슴이 답답하고, 벅차올라 잠이 오지 않아 아침 일찍 나왔는데 어떻게 위패가 모셔진 곳으로 갈 수 없느냐”고 항의하는 50대의 아주머니가 있는가 하면, 본행사장 참석을 막는 이유에 대해 책임자가 나와서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60대의 아저씨도 눈에 띄었다.
40대 초반의 한 유족은 “평화공원이 대통령을 위해 만든 공원이냐”면서 “유족들이 들어가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올 이유가 있느냐”고 경비를 서던 경찰관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한 할머니는 분을 이기지 못해 울먹이며, 결국 갖고 있던 국화꽃을 내팽개치고, 경찰의 멱살을 잡기도 했다.
80을 넘은 한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나만 보내달라고 하는 게 아니다”며 서성거렸다.
경찰이나 도청 직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도 제대로 답변은 하지 못한 채 “미안합니다”라는 말만 되뇌었다.
이미 대통령이 참석했던 5·18 추모행사에서도 유족과 행사주최기관 사이에 비슷한 다툼이 벌어진 바 있다. 좀 더 유연하게 유족들을 대할 방법은 없을까. 유족도, 경찰도, 취재기자도 답답한 심정이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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