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수익금 빼돌려 비자금…후원금 물쓰듯
간부 명의 5억 입·출금 계좌도…수사 착수
간부 명의 5억 입·출금 계좌도…수사 착수
보훈단체인 상이군경회 광주지부장이 지원금·수익금을 빼돌려 억대 비자금을 만들고 정치인 후원금이나 공직자 격려금 따위로 쓴 사실이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회원이 2500여명인 이 단체는 수익금과 장애인 기금 등으로 해마다 15억원 안팎의 예산을 집행한다.
꼬리를 문 횡령 의혹= 광주북부경찰서는 지난달 29일 광주시 동구 임동 이 단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10여년 전부터 상이군경회 광주지부장를 맡아온 김덕남(63·ㄱ업체 대표)씨의 횡령과 배임 증거를 찾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비자금 출납부와 예산결산서 등 자료 230건을 확보해 분석중이다. 단체 간부들을 불러 1억원대 비자금의 조성경위·지출내역·관리방법 등을 들었다. 이른 시일 안에 김씨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김씨는 2005년 6월 금강산 호국순례와 같은해 12월 타이여행 따위 행사를 서류상으로 꾸미거나 참여자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모은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이 추적한 김씨의 씀씀이도 놀랍다. 2004년 12월 수술을 받은 상이군경회 전 회장한테 위로금으로 3000만원을 건넸을 정도다. 2000~2005년 6년분 비자금 장부에는 국회의원 ㅇ씨와 ㄱ씨한테 후원금 100만원씩을 전달했고 광주지검 ㅂ부장, 광주광산경찰서 ㄱ과장, 광주국정원 ㅇ국장한테도 100만원씩을 주었다는 기록이 올라 있다. 이 때문에 광주지검은 수사지휘 부서를 부랴부랴 바꿨다.
5억대 의문의 통장= 김씨는 지난해 5월 이 단체 총무·복지·지도 부장 등 간부 3명의 이름으로 ㄱ은행에 060-121-631ⅩⅩⅩ를 비롯한 계좌 3개를 개설했다. 이어 한해 동안 예금주 대신 통장을 관리했다.
이 통장에는 ㄱ업체에서 매달 350만원씩 꼬박꼬박 입금됐다 빠져나갔다. 본부의 감사와 내부의 동요로 횡령 의혹이 불거진 지난 2월27일 이 통장들에는 5억원씩이 입금된 뒤 모두 출금돼 출처와 용도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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