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한일보’ 회장 ‘시민의 소리’ 사무실 난입
동구청장 ‘카드깡 의혹’ 보도 불만 “죽여버리겠다”
동구청장 ‘카드깡 의혹’ 보도 불만 “죽여버리겠다”
광주지역 대안언론이 광주시 동구청장의 법인카드 부당사용 의혹을 제기하자 기사에 불만을 품은 한 일간신문 대표가 대안언론 사무실에 난입해 기자를 폭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광주지역 주간신문 <시민의 소리>는 10일 “<대한일보> ㅂ아무개 회장을 비롯한 6명이 8일 오후 2시30분 광주시 서구 치평동 회사 사무실에 침입해 이아무개(38) 기자를 1시간30분 동안 폭행과 협박을 했다”며 “ㅂ회장을 폭행혐의로 광주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시민의 소리>는 “지난 7일 인터넷에 광주시 동구청장이 ㅊ식당에서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로 수천만원어치를 ‘카드깡’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며 “이 기사를 내보낸 뒤 ㅂ회장 일행이 밀어닥쳐 ‘취재원이 누구냐’, ‘녹음테이프를 내놓아라’, ‘신문을 배포하면 죽여버리겠다’ 따위 폭언을 했다”고 강조했다.
<시민의 소리>는 “이는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야만적인 테러”라며 “비리의혹 보도에 대한 과민 반응은 동구청과 신문사의 유착이 있다는 것을 의심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지역의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도 이를 관-언유착에 뿌리를 둔 심각한 사태로 규정하고 진상규명, 가담자 처벌, 해당 언론사 퇴출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광주·전남민언련과 광주와이엠시에이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은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없는 이들이 언론인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부린 난동”이라며 “언론을 도구로 사욕을 채우려는 이들을 언론계에서 추방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동당 광주시당도 성명에서 “진실에의 접근을 가로막는 폭력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며 “자치단체와 언론기관의 유착이라는 썩은 환부를 도려내기 위해 실체를 규명하고 법적인 처벌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구청장 법인카드 부당사용 의혹= 유태명 광주시 동구청장은 재임 동안 동구청 인근 ㅊ, ㄴ, ㅇ, ㄷ 등지에서 업무추진비 법인카드로 수천만원어치를 결제한 뒤 이 금액의 90%를 현금으로 돌려받는 ‘카드깡’을 했다는 의혹에 직면했다.
<대한일보> 김아무개 기자는 지난 10일 ㅊ식당을 찾아가 수년 동안 2천만원어치 전표를 끊어 카드깡해 줬다는 주인의 발언을 녹음했다. <시민의 소리>는 이 녹음테이프를 다른 경로를 통해 입수해 보도했다. 보도 뒤 동구청과 ㅊ식당은 카드깡 사실을 부인했지만 법인카드 집행내역을 공개하라는 압력이 높아졌다. 이 때문에 <대한일보> 쪽은 녹음원본이 유출된 데 대한 불만을 갖고 있다.
한편, <대한일보> ㅂ회장이 경영하는 건설업체는 동구 산수동 무등산 자락에 오피스텔을 지으려했으나 동구청의 허가를 받지 못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에서 패소하는 등 여태껏 대립해왔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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