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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죽기 전 내집에서 만나고 싶었는데…”

등록 2006-06-11 18:18

동백림사건으로 망명한 임민식씨 모친
‘광주 6·15축전’ 참가 추진…정부 불허 전망
준비해둔 백김치·부각 보며 눈시울만
[이사람] 38년 만의 아들 귀향 무산위기에 애끓는 박경자씨

“답답하기만 하요. 왜 그런지 모르겄고….”

박경자(84·사진·광주시 동구 운림동) 할머니는 11일 아침 덴마크에 살고 있는 아들의 가족사진(아래사진)을 꺼냈다. 영국으로 유학갔다 1969년 6월 이른바 ‘동백림 사건’ 추가 연루자로 발표돼 망명길에 올랐던 장남(임민식·64·범민련 해외공동사무국 사무총장)이 38년 만에 한국에 온다는 소식에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뤘다. 아들은 광주에서 열리는 ‘6·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12일 오전 11시40분(현지시각) 한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하지만 노모는 ‘정부 승인이 안 떨어져 못 갈 것 같다’는 아들 전화를 받고 이내 눈물이 고였다.

박 할머니는 그동안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왔다. 2남3녀 중 장남인 아들은 광주일고와 경희대를 졸업한 뒤 1966년 영국 케임브리지대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신문에 난 ‘간첩단 사건’에서 아들 이름을 발견하고, “하늘이 반쪽 나는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3년 뒤 한 외국인이 편지를 보내 “아들은 잘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지만, 가슴은 이미 숯덩이처럼 변해버린 뒤였다.

아들 임씨는 1967년 동백림 사건으로 해외 민주화 인사들이 시련을 당하자 주변의 권유에 따라 망명을 선택했다. 그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정치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뒤 코펜하겐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고 윤이상·고 정규명씨, 이희세(프랑스 거주)씨 등 해외 민주화 인사들과 함께 한국 민주화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1990년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간부를 맡으면서 한국 정부의 입국 불허 주요 인사가 됐다. 임씨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이번엔 꼭 광주에 가 5월 넋들에게 참배하고, 아버님 산소에서 불효를 빌고 싶었다”며 “짐까지 챙겨 놓고 귀국을 기다리고 있는데, 정부의 불허 방침이 들려 착잡하다”고 했다.

“생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집에서 아들을 보고 싶었는데….”

박 할머니는 1990년 남편이 세상을 뜬 뒤, ‘죽기 전에 아들을 꼭 만나야겠다’고 용기를 냈다. 천신만고 끝에 1990년과 1993년 두차례 해외에서 아들을 만났다. 박씨는 아들을 38년 만에 집에서 만난다는 설렘이 거의 사라지게 되자 분통이 치밀어올랐다. 박씨는 “그 사람(아들) 주려고 좋아하는 백김치와 부각을 장만해뒀다”며 “왜, 무엇 때문에 아들을 집에도 못 오게 하는지 물어보려고 6·15 대회에 참가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광주/글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광주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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