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흑천마을 소메야 유우코
정착 11년만에 똑소리 심부름꾼
정착 11년만에 똑소리 심부름꾼
전남 해남군 옥천면 흑천마을 소메야 유우코(38)씨는 올 초부터 이곳 부녀회장을 맡고 있다. 국내 마을 부녀회장을 외국인이 맡은 예는 그가 처음일 터다. 그는 어설픈 전라도 사투리로 이 집 저 집 다니며 마을 심부름꾼 노릇을 똑소리 나게 해내고 있다. 면사무소 소식·공문 전달은 기본으로 어르신들 뒷바라지, 동네잔치 뒤치다꺼리 등 마을 대소사치고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일본 이바라키현의 한 병원에서 원무과 일을 보다 95년 국제결혼해 남편 임경진(38·농업)씨를 따라 해남에 정착한 지 11년째인 소메야 유우코씨. 웬만한 살림솜씨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맡기 힘든 부녀회장을 올 초 맡은 뒤 흑천마을엔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 시어머니, 시동생, 자녀(3명) 등 7명의 대가족 챙기기도 벅찰 텐데,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을 일이라면 발벗고 나선다. 그가 부녀회장이 된 것도 하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맘에 든 주민들이 만장일치로 추대했기 때문.
잘할 수 있을까 많이 망설였다는 그는 “주변에서 많이 도와줘 일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며 “홀로사는 어르신과 주민들 위해 할 일이 많아 힘들지만 보람도 크다”고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우코입니다” 두 마디 말만 익힌 채 이국땅으로 시집온 그는 말도 통하지 않고 생활습관도 달라 지난 10년간 익숙해지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고 한다.
그는 “직접 한글을 가르쳐 주며 든든한 외조를 해 준 착실한 남편과, 음식 손맛 전수하는 것에서부터 마을 크고작은 일에 데리고 다니며 가르쳐주신 시어머니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고 했다. 남편 임씨는 “한해 500가마에 이르는 보리 수확 등 대농사 일을 척척 거드는 아내가 부녀회장 일도 잘 해내 대견스럽다”고 했다.
해남/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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