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수씨, 9년 동안 ‘광복절’ 마다 거리에 태극기 달아
“국경일이 돌아와도 태극기를 달지 않는 무관심이 하도 섭섭해 나 혼자라도 태극기를 달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전남 순천에 사는 이인수(67)씨는 13일 폭염에도 아랑곳 없이 한국은행 순천지점~해룡농협 들머리 800m 구간에 가로 70㎝ 세로 50㎝ 짜리 태극기 50여개를 다느라 온몸을 땀으로 적셨다.
이씨는 4차로 도로 양쪽에 20~30m 간격으로 3. 높이에 태극기가 휘날리자 비로소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이마에 송글송글 밴 땀을 훔쳐내렸다. 이씨는 “미리 걸어둬야 한번이라도 더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지 않겠느냐”며 “이걸로 올 광복절 준비는 끝난 셈”이라고 웃음지었다.
1997년부터 2005년까지 9년 동안 통장을 맡은 이씨는 3년 전 현충일을 앞두고 동네를 위해 무엇인가 뜻깊은 일을 해야겠다는 고민을 하다 국경일마다 태극기 다는 일을 자청했다.
이때부터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등 국경일과, 현충일에 어김없이 태극기를 내걸었고, 몸이 불편하거나 시간이 없으면 아들 전열(36)씨 도움을 받았다.
그의 태극기 사랑은 60년대 후반 월남전 참전과 70년대 초 원양어선 승선 등 국외활동 경험이 계기가 됐다.
“나라 밖에 나가 태극기를 보면 가슴이 뭉클하고 코잔등이 시큰해지잖아요. 태극기야말로 우리를 하나로 묶는 소중한 상징이라는 걸 느꼈지요.”
이씨는 애초 깃발·깃봉·깃대를 갖춘 태극기 80개를 구입했다 3년 새 30여개를 잃어버렸지만 애국심의 상징물인 만큼 다른 장소에서 소중하게 쓰이리라는 믿음도 갖고 있다.
순천시내에서 ‘태극기 할아버지’로 불리는 이씨는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엄청난 이름을 붙여줘 고맙다”며 “집 앞에 1년 365일 태극기를 걸어 국기사랑을 실천하고 싶다”고 했다. 순천/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순천시내에서 ‘태극기 할아버지’로 불리는 이씨는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엄청난 이름을 붙여줘 고맙다”며 “집 앞에 1년 365일 태극기를 걸어 국기사랑을 실천하고 싶다”고 했다. 순천/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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