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 만난 해산물 드시러 오세요 “쌀쌀하다 싶은 바닷바람 맞으며 갱개미하고 주꾸미, 숭어, 물메기 펼쳐놓고 소주 한 잔 기울이면 신선이 따로 없지유.” 충남 서해안이 초 봄을 맞아 풍성한 바다 먹거리를 찾는 관광객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3월 초에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먹거리는 주꾸미와 간자미(갱개미)가 단연 꼽힌다. 주꾸미는 낙지보다 작지만 연하고 쫄깃쫄깃해 씹는 맛이 감칠나고 영양도 풍부해 볶음과 회, 무침, 데침 등으로 다양하게 먹는다. 봄이면 ‘모세의 기적’으로 널리 알려진 보령 무창포해수욕장과 붉은 동백꽃이 활짝피는 서천군 마량리 동백나무 숲(천연기념물 제169호) 주변, 흐드러진 벚꽃이 눈처럼 날리는 서산시 대산읍 화곡리 삼길포는 주꾸미 축제가 열린다. 오돌오돌 씹히는 물렁뼈 맛이 일품인 간자미는 어린 홍어처럼 생겼는데, 잘게 썰어 고춧가루, 도라지, 미나리, 오이 등을 넣고 버무린 무침과 간단한 양념을 올린 찜, 무 등 신선한 야채 등을 넣고 끓인 탕이 인기다.
간자미 요리는 밥 반찬, 술 안주는 물론 과음 후 속풀이 용으로 제격이다. 다음달 태안 만리포해수욕장에서는 바닷가에 핀 벚꽃을 보며 간자미를 맛 볼 수 있는 ‘벚꽃·간자미 축제’가 펼쳐진다. 노련한 미식가들은 실치회 별미를 놓치지 않는다. 이달 중순 20여 일이 제 철인 실치는 몸통이 희고 실처럼 가는 바닷고기로 말린 포(뱅어포·백어포)로 알려졌으나, 실치의 참 맛은 오이와 배, 들깻잎 등 야채와 섞어 초고추장에 버무리는 회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실치는 시금치·아욱을 넣고 끓인 된장국도 일품인데, 성격이 급해 잡히면 바로 죽는 탓에 어장이 형성되는 태안군 남면 신온리 마검포와 당진군 석문면 장고항리 등에서 싱싱한 맛을 볼 수 있다. 천수만 일대에서는 술꾼들에게 숙취 해소용으로 인기 높은 대합탕, 우럭포를 쌀뜨물에 넣어 푹 끓인 우럭젓국, 조선시대 진상품으로 명성을 얻은 숭어 등도 특산 별미로 꼽힌다. 태안군 소원면 김규남(59)씨는 “어민들은 해풍과 바다색보다 먹거리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며 “봄날 바닷가의 별미는 건강과 미용에도 도움을 주지만 마음의 여유와 자연을 보는 즐거움도 함께 느낄 수 있어 더욱 맛있다”고 자랑했다. 태안/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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