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상인 주변개발 참여 검토
상인 주변개발 참여 검토
개발시대의 상징인 세운상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채비를 시작했다.
서울시는 6일 제16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세운상가 일대 38만2천㎡(11만5500평)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종로구 종로3·4가, 장사동, 예지동 일대와 중구 을지로3·4가, 충무로3∼5가, 필동 1·2가 등으로 세운·대림·삼풍·진양 상가 주변 지역이다. 정비사업 예정지가 지구 지정 이전에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2011년 9월까지 5년 동안 20㎡(6평)이상의 모든 거래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이 지역은 2008년 8월 27일까지 2년 동안 건축 허가·신고·용도변경 등이 제한된다.
세운상가 재개발 어떻게? =오세훈 서울 시장은 선거기간 중 세운상가를 허물어 지상에 녹지를 조성하고 지하에 상가를 넣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이종상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세운상가 자체는 종묘와 남산을 잇는 녹지가 만들 계획이지만 상인 이주 문제에 대해선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세 가지 방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지 지하에 상가를 만드는 방법, 상가 주변 지역 재개발에 사업주체로 참여해 옮겨가는 방법이 거론된다. 지하·주변 재개발 대신 서울시가 직접 세운상가 상인들에게 보상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나 예산이 너무 많이 든다. 서울시 균형발전본부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세운상가 상인들이 주변 개발지에 주체로 참여해 옮겨가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며 “지하로 가는 것은 녹지 조성 취지에도 맞지 않고, 상가로서 가치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화려했던 세월을 뒤로하고=‘세운상가’는 종로~충무로까지 남북으로 1㎞ 넘게 펼쳐진 세운, 대림, 삼풍, 진양 4개 상가군을 통칭해 부르는 이름이다. 1967년 완공된 세운상가는 개발시대 한국의 자화상같은 건물이다. 일제시대 공습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둔 소개도로에 판자촌이 몰려들고 서울 최대의 성매매 밀집지인 ‘종삼’이 형성되자 김현옥 전 서울시장은 이를 모두 밀어내는 개발안을 구상했다. 당시 35살 젊은 건축가 김수근은 설계를 맡아 보행데크 개념까지 도입한 한국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자 전자쇼핑몰을 지어냈다. 김현옥 시장은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모이라는 뜻으로 ‘세운(世運)’이라는 이름을 직접 지었다. 세운상가는 1970~80년대 인공위성도 만든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번창했다. 시인 유하는 <세운상가 키드의 생애>에서 “나는 세운상가 키드, 종로 3가와 청계천의 아황산 가스가 팔 할의 나를 키웠다”고 썼다. 하지만 세운상가는 1990년대 강남 테크노마트, 용산 전자상가가 등장하면서 점점 옛 화려한 전자상가로서 명성을 잃었다. 지금은 도심 한복판을 버티고 있는 거대하고 흉물스런 콘크리트 덩어리로 서울시의 고민거리가 돼 버렸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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