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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이런 면허증 보신 적 있나요?”

등록 2006-10-13 23:32수정 2006-10-14 00:16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자전거타기인증 실기시험, 필기·실기히험에 합격하면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통학할 수 있는 자전거 면허증을 받는다. 잠전초등학교 제공.
지난해 11월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자전거타기인증 실기시험, 필기·실기히험에 합격하면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통학할 수 있는 자전거 면허증을 받는다. 잠전초등학교 제공.
서울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어린이들겐 ‘특별한 면허증’이 있다. 국가 공인 신분증은 아니지만 제대로 된 필기·실기시험을 거쳐 받은 어엿한 ‘자전거면허증’이다.

이 학교에서 자전거면허증 제도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이승찬 교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그가 처음으로 자전거 면허증을 구상하게 된 것은 2002년에 근무했던 중랑구 중목초등학교에서였다. 중목초등학교는 학군이 칠레처럼 길어, 집이 먼 아이가 꽤 있었다. 심하면 30분 이상 걸어다녀야 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아무리 말려도 자전거 타기를 고집했다. “흔히들 사고날까봐 자전거를 타지 말라고만 하지 않습니까? 그런다고 아이들이 안 타는 것도 아니고, 이왕 탈 거면 제대로 안전하게 타고 다니는 법을 가르쳐야지 싶었습니다.” 이 교장은 원칙적으로는 면허증이 있는 아이만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올 수 있도록 하는 ‘자전거 타기 인증제도’를 기획했다.

송파구 잠전초등학교 자전거 필기·실기시험 뒤 발급

“못타게 하지만 말고 제대로 타는 법 가르쳐요”

잠전초등학교에 와보니, 집이 먼 아이 70여명은 자전거로 통학하고 있었는데 학교의 공식적 방침은 역시 ‘금지’였다. 이 교장은 통학 거리가 10분이 넘는 아이들에게는 자전거를 허용하기로 하고 인증제도를 도입했다. 마침 송파구가 자전거이용을 적극 권장하는 ‘자전거특별자치구’라서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구청에선 자전거 보관소(60대분)를 설치해주고, 실기시험에 쓰일 자전거를 빌려 줬다. 지난해 가을과 올봄에 1번씩 시험을 치러, 합격자 200여명이 나왔다. 시험은 해마다 봄과 가을에 2번씩 치른다.

아이들에게 주는 면허증이라고 만만하게 보면 안된다. 필기시험은 자전거를 타는 데 지켜야 할 교통안전 수칙들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묻는데, 10문제 가운데 8문제 이상을 맞춰야 한다. 건널목에 빨간 불이 켜져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자전거를 타고 건너야 하는지 아니면 내려서 끌고 건너야 하는지 등을 묻는다. 실기시험은 제법 폼이 난다. 선생님들과 학부모회인 녹색어머니회가 채점을 하고, 옆에는 송파경찰서 잠실지구대 경찰 아저씨들이 정복을 입고 분위기를 잡는다. 아이들은 자동차 트랙처럼 줄이 그어져 있는 운동장에서 직진, 장애물 통과, 방향 바꾸기, 횡단보도 건너기, 골목길에서 큰길로 나가기를 차례로 선인다. 1개라도 통과 못하면 탈락이다.


에누리가 없진 않다. 제법 잘 타는 아이가 실수를 하면, 시험을 다시 한번 치르게 해준다. 시험에 통과하면 인증 번호와 사진이 박힌 면허증과 학교 자전거 보관대에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스티커를 내준다. 앞으로 아이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면 10부제도 벌일 계획이다.

자전거 통학이 합법인 이곳에도 장애물은 있다. 무심한 어른들이다. 이 학교 5학년 전상후군은 “어른들이 골목길에 불법주차한 차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커브 틀 때 앞이 보이지 않아 위험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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