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유족 “큰 뜻 받들어 민주발전”
‘시대의 의인’이자 ‘5·18의 증인’인 고 홍남순 변호사가 17일 각계각층의 애도 속에 국립 5·18민주묘지의 동지들 곁에 안장됐다.
광주시민들은 처음으로 ‘광주광역시 민주시민장’이라는 공식 장례절차를 도입해 고인의 의로운 생애를 기리고 편안한 영면을 기원했다.
◇…이날 오전 9시 광주시 동구 옛 전남도청 앞 마당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여야 정치인, 각급 공무원, 시민단체 대표, 5·18단체 회원, 유족과 친지 등 10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특히 조문객 가운데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재오·이부영 의원 등 한나라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영결식은 약력보고, 조사·조시 낭독, 녹음육성 듣기, 헌화와 분향, 유족대표 인사 순으로 한시간 남짓 엄숙하게 이어졌다.
특히 헌화에 앞서 고인의 육성으로 “욕심을 버리고 옳은 길을 열심히 가겠다. 한시적 재야는 있어도 영원한 재야가 없어 못내 아쉽다”라는 내용의 녹음이 흘러나오자 유족과 지인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병완 비서실장이 대신 읽은 조사에서 “고인은 ‘어둠의 시대에는 법보다 양심이 앞선다’는 신념으로 평생을 일관한 우리 시대의 큰 어른”이라며 “그 뜻을 받들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이어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지사, 이홍길 5·18기념재단 이사장도 고인을 ‘광주의 큰 어른’, ‘민주화운동의 대부’, ‘민주화의 참스승’, ‘5·18의 실천자’ 등으로 부르며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1970년대 저항시 ‘겨울공화국’ 필화사건 당시 변론을 받은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양성우 시인은 ‘무등의 한 활개여 큰 봉우리여’라는 제목의 조시를 비장하고 격정적인 어조로 낭송해 조문객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유족대표 홍기훈 전 의원은 “광주시민과 각계각층의 따뜻한 위로에 감사한다”며 “아버지의 삶을 거울 삼아 민주 발전과 사회 봉사에 애쓰겠다”고 다짐했다.
◇…조문객들은 이날 영결식을 마친 뒤 ‘호남 민주주의의 사랑방’으로 불렸던 광주시 동구 궁동 고인의 자택 앞에서 노제를 치르고 국립 5·18민주묘지로 옮겨 불교의례에 따른 안장식을 거행했다. 고인의 주검은 유족의 오열 속에 5·18민주묘지 5묘역 76호 묘소에 묻혔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