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장 사과요구 싸고 의원들 의견 엇갈려…의회 사흘째 반쪽 운영
“민주당 일색 의회 무시” 지적
광주시의회가 광주시의 감사 거부로 사흘째 반쪽만 운영되는 파행을 겪었다. 시의원들은 박광태 광주시장이 주도한 감사 거부에 맞설 대응 방안을 찾는데도 의견이 엇갈려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주시, 행정사무감사 못받겠다=민주당 3선 의원 출신인 박광태 시장은 시의원 공천과 시의장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 때문에 민주당 일색인 시의회가 박 시장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을지 출범 때부터 의문이 제기돼왔다.
이런 우려는 5대 시의회의 첫 행정사무감사부터 현실로 드러났다. 광주시는 감사 사흘째인 지난 17일 돌연 수감을 거부했다. 시의원들이 권위만 앞세우고 업무 영역조차 모른다며 불만을 직설적으로 토로했다. 한건주의와 폭로위주로 시의 명예와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공세를 펼쳤다. 시가 빌미삼은 질의는 △시민감사관제 허점 △자동차 번호판 웃돈 의혹 △행정심판 취하 실적 등이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의원들이 감사를 하려고 대기하고 있는데도 예정에 없던 간부회의를 소집하는 방법으로 감사를 거부했다. 이어 보도자료를 내 “내실없는 감사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박광태 시장이 출석해 사과하라=시의회는 이날 곧바로 의원총회를 열고 “시민과 의회를 무시하는 오만한 행위”라며 성실한 수감과 박 시장의 사과를 촉구했다. 상황이 긴박해지면서 시는 감사를 받겠다고 한발짝 물러섰지만 사과는 어물쩍 넘어갔다. 시의회는 이에 맞서 23일 본회의에 박 시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이런 소용돌이 속에서 시의회의 3개 상임위는 사과 전에는 출석할 수 없다는 의원들과 감사를 속행해야 한다는 의원들로 나뉘어져 반쪽만 운영됐다.
광주와이엠시에이와 광주경실련 등 시민단체 11곳으로 짜여진 광주시 행정사무감사 시민모니터회의는 성명을 통해 “감사 거부는 주민 대표에 의한 견제를 받지 않겠다는 반자치적인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의원 19명 가운데 유일하게 열린우리당 출신인 이명자 의원은 “박 시장이 민주당 일색인 시의회를 얕잡아보고 길들이기를 하려든다”며 “감사의 수준은 피감기관이 아니라 시민들이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예산 심의와 조직 개편 등 굵직한 현안처리를 앞둔 광주시의회의 진로는 23일 이뤄질 박 시장의 본회의 출석과 사과 수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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