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분수대까지 오르는 계단은 원래 조선신궁으로 향하던 계단이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도시와생활] 남산 ‘제모습찾기’ 현장을 가다
일제 신사 있었던 식물원 터 철거공사 한창
21일 정오 남산 봉수대에서는 연기 한줄기가 피어올랐다. 15세기부터 19세기말까지 국가의 변란과 안녕을 알렸던 봉수대가 한 세기만에 제 모습을 되찾은 셈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매일 정오에 ‘변란없이 평안함’을 뜻하는 1거(연기 한줄기)를 올리게 된다.
근대사의 거센 파도에 떠밀려 수난을 겪었던 남산이 제 모습 찾기에 나섰다. 지난 17일 안창모 교수(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와 함께 찾은 남산은 철거와 복원 움직임으로 바쁜 모습이었다.
한때 가족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던 남산 중앙공원 식물원은 지난달 30일 철거가 시작됐다. 서울시는 여기에 조선시대의 도성 성곽을 복원할 예정이다. 식물원 터는 한때 일제의 신사였던 조선신궁 본전이 있던 자리다. 이곳에 식물원이 생긴 것도, 이를 허물고 성곽을 복원하는 것도 조선신궁의 상처를 보듬으려 하는 것이다.
남산 식물원에 오르는 남산 돌계단은 일제가 1929년 조선신궁을 완공하면서 참배객을 위해 만든 380여 돌계단이 원형이다. 총독부는 식민통치의 정신적 구심점으로 곳곳에 신사를 지었는데, 조선신궁이 가장 규모가 컸다. 이들은 일본 건국신화의 주신인 아마데라스 오미가미와 일본 근대화를 이끈 메이지왕을 신으로 모셨고, 해방 뒤엔 신사 기물을 스스로 챙겨갔다.
이 돌계단은 해방 이후 세 토막으로 끊어졌다. 이승만 정부 말기 조선신궁 자리에 국회의사당을 건립하려고 터를 닦는 과정에서 그리 된 것이다. 조선신궁에 오르던 일직선 계단이 현재의 힐튼공원~아동공원, 아동공원~백범공원, 백범공원~중앙공원으로 이어지는 남산 돌계단들로 변형된 셈이다. 하지만 국회의사당 건립 계획은 5·16 쿠데타와 함께 백지화됐고, 박정희 정부 시절 식물원이 들어선 중앙공원 등이 건립되며 남산은 공원으로 바뀌었다.
백범공원에서 중앙공원으로 이어지는 세번째 계단은 구불구불한 다른 계단과 달리 직선으로 이어져 있다. 안 교수는 “이 부분은 조선신궁 본전을 향해 오르는 주계단이었다”며 “세 토막으로 끊어진 남산 돌계단 가운데 가장 원형에 가깝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조선신궁 본전 자리였던 옛 식물원 앞 쪽에는 안중근 의사의 기념관이 있다. 안 교수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은 조선신궁의 사무실이 있던 자리로 보인다”며 “안 의사의 기념관이 여기에 들어선 것은 자리의 상징성 탓”이라고 설명했다.
식물원 철거로 어지러운 조선신궁 터 위로 더 올라가니 끊어진 조선시대 남산 성곽의 일부가 나타났다. 이 성곽은 이제 식물원과 조선신궁 시절의 흉터를 지우고 옛 모습을 찾게 된다. 안 교수는 “남산은 조선과 일제, 근현대 군사정권 시절을 거치면서 여러번 굴곡을 거쳤다”며 “남산은 역사적 흔적이 모두 드러나는 산”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서울 남산 식물원과 동물원 터는 옛 일본인 집단 거주지역으로, 조선신궁·경성신궁 등이 위치해 있었다. 서울시가 식물원과 동물원을 철거하고 신궁을 복원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식물원 철거로 어지러운 조선신궁 터 위로 더 올라가니 끊어진 조선시대 남산 성곽의 일부가 나타났다. 이 성곽은 이제 식물원과 조선신궁 시절의 흉터를 지우고 옛 모습을 찾게 된다. 안 교수는 “남산은 조선과 일제, 근현대 군사정권 시절을 거치면서 여러번 굴곡을 거쳤다”며 “남산은 역사적 흔적이 모두 드러나는 산”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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