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충남 홍성으로 시집와 생활하고 있는 한 이주여성이 7일 자신들을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매매혼을 부추기는 국제결혼 알선업체의 플래카드를 낫으로 찢고 있다. 홍성/연합뉴스
홍성 국제결혼 이주여성들 ‘알선업체 펼침막’ 낫으로 찢어
충남 홍성의 이주 여성 30여명은 7일 읍내에서 ‘예쁜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세요’, ‘초·재혼, 장애인 환영, 결혼할 때까지 소개’, ‘100% 후불제’ 등 국제 결혼 알선업자들이 내다 건 펼침막들을 떼어내 찢었다. 가난한 나라에서 시집왔다고 해서 ‘돈에 팔려온’ 여자로 취급받는 게 싫었단다. 비브라사(42·필리핀 출생)씨는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남편을 만나 한국에 왔는데 이런 펼침막을 볼 때면 우리가 사고파는 상품처럼 느껴졌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펼침막을 낫으로 찢던 마이린(31·필리핀 출생)씨는 “이런 불법 광고물들을 볼 때마다 인격과 명예가 내팽겨쳐지는 아픔을 겪었다”며 남편, 아이들과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울먹였다. “주변의 눈길이 그리 따뜻하지 않았지만 꾹꾹 참으며 적응하려고 애썼어요. 이런 광고들이 많으니 주민들은 물론 아이들도 우리를 어떻게 생각했겠어요?” 홍풍(24·베트남 출생)씨는 “이런 광고는 이주 여성 뿐만 아니라 혼기를 놓친 농촌 남성들도 같이 모독하는 것”이라며 시집온 2년여 동안 한국 속담대로 ‘가슴에 못이 박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펼침막 9개를 걷어내고 앞으로도 국제결혼 관련 불법 광고들을 철거하기로 다짐했다. 홍성 기독교청년회 한지연 간사는 “길거리에 걸린 불법 광고물 때문에 이주 여성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이 같은 불법 펼침막 철거 운동을 계속하고 홍성군에 광고물 관리·감독을 제대로 할 것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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