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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쿵쾅쿵쾅 “잠 자야 야근 나가는데…”

등록 2007-02-13 21:04수정 2007-02-14 16:37

최영숙씨가 롯데건설 공사로 무너진 담벼락을 설명하고 있다.
최영숙씨가 롯데건설 공사로 무너진 담벼락을 설명하고 있다.
방음벽 설치 한군데도 없어, 공사 진동에 벽 갈라지기도
청계천 8가 재개발…소음고통 시달리는 세입자 최영숙씨

“사업하는 사람들이라 여기 신경 쓸 겨를이 없겄지요. 그래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듣고 싶었는데.”

서울 중구 황학동 최영숙(52·여)씨는 ‘쿵쾅쿵쾅’ 소리를 3년째 달고 지낸다. 소음과 진동은 롯데건설이 청계천 8가에 주상복합아파트 ‘롯데캐슬 베네치아’를 지으면서 생겼다. 공사는 2005년 5월25일 시작해 60%까지 진행됐다.

소음 때문에 최씨는 자야만하는 ‘낮잠’을 제대로 누릴 수 없다. 그는 성동구 노인요양센터에서 8~10명의 중풍이나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이다. 3일에 한번씩 돌아오는 밤샘 근무를 하는 날이면 오전에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방바닥에 착 붙어 곤하게 자던 잠은 공사가 시작되면서 사라졌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일용직 노동자인 배아무개씨는 새벽 1~4시 지하철 전기 점검일을 마치고 오전에 잠을 청한다. 이 때문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내가 일 나간 사이에 우리 아저씨가 난리가 났어요. 잠을 자야 다음날 일을 할 수 있는데 잘 수가 없어서 무척 화가 났나 봐요.”

항의를 한다고 해서 공사가 조용해지거나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방음벽은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았다.

최씨는 평당 최고 1800만원에 달하는 롯데캐슬 베네치아 바로 뒷편에 산다. 가족 4명이 2002년부터 전세 4500만원짜리 12평 단독주택에서 지냈다. 집주인이 새 단장을 한 뒤 세를 준 집은 공사가 시작되면서 벽이 무너지고 지붕으로 물이 샜다. 그때마다 롯데건설은 틈새를 시멘트나 실리콘으로 때워주고, 지붕을 비닐로 막았다. 그래도 이미 망가진 담벼락은 원상복구 되지 않았다. 인근의 집들도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롯데건설은 최근 최씨에게 진입로 공사를 위해 열흘간 집을 비워달라며 60만원의 위로금을 주겠다고 했다. 여관방 하나에 3만원으로 쳐 두 방에 묵는 것으로 계산한 값이다. 최씨는 돈이 아니라 딸 때문에 거절했다.


“24살의 다 큰 딸이 있는데 어떻게 여관에 가나요. 제약회사 다니는 딸이 여관에서 먹고 자면 주위에서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그냥 인간적으로 대해주고 조용히 살 수 있게 해주면 되요.”

최씨는 인터뷰 내내 딸이 시집갈 때 행여나 불이익을 줄까봐 한사코 사진 찍기를 거부했다. 최씨는 13일 전날 야근을 끝내고 몇 시간 못 자고 아픈 언니를 돌보려고 쿵쾅거리는 소리를 뒤로 한 채 집을 나섰다. 안방에는 남편이 잠을 자고 있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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