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의료원에서 입원중인 미성호 선원 김완섭씨가 부인의 위로를 받고 있다.
한겨울 망망대해…칠흑같은 어둠…불타버린 어선
서귀포 미성호, 선원 9명 침착대응 1시간반 사투끝 구조
칠흑 같은 밤. 3m 높이의 파도가 잇따라 부이(부표)를 덮쳤다. 차가운 겨울 바다에 뛰어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에 쥐가 나고 온몸에 마비현상이 왔다. 그러나 선원 9명은 서로를 격려하며 실낱같은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바닷속에서 침착하게 버틴 지 1시간30분. 마침내 어둠을 뚫고 구조선의 불빛이 서서히 다가왔다.
14일 새벽 1시10분께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남동쪽 33㎞ 해상에서 서귀포항으로 귀항하던 서귀포 선적 연승어선 미성호(22t·선장 고성호·44)의 기관실에서 불이 나 뱃머리만 남겨둔 채 삽시간에 불길이 번졌다.
미성호는 지난 7일 서귀포항을 출항해 일본 쪽 배타적경제수역에서 갈치잡이를 해왔다. 기대 이상으로 어황이 좋자 선원들은 애초 16일이던 귀환 날짜를 이틀 앞당겨 돌아오는 중이었다.
사고 시각에 조타실에서 당직 근무를 하던 선장 고씨와 기관사 이인(45)씨는 기관실에서 불이 나자 잠자고 있던 선원들을 향해 “불이야” 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또 같은 선단선인 남진호(27t)에도 무전으로 “불이 났다”고 급하게 연락했다. 이 짧은 순간에 플라스틱 재질로 된 배는 온통 불길에 휩싸였다.
화급한 상황이었지만 선장 고씨와 선원들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이들은 선장 고씨의 지시대로 아직 불길이 번지지 않은 갑판으로 뛰어가 배에 있던 부이 30여개를 연결했다. 이어서 닻을 내렸고, 부이가 조류에 흘러가지 않도록 닻줄과 연결시켰다.
이들이 갑판에 있던 시간은 10여분에 지나지 않았지만 표류할 준비를 하면서 “갑판에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고 다짐했다. 불길이 뱃머리까지 닥쳐 선원들이 전부 뛰어내리자 기관사 이씨가 마지막으로 닻줄을 끊어 불길에 휩싸인 배를 조류에 떠나보냈다.
불길에 휩싸인 순간 야간에 2~3마일 밖에서도 위치를 식별할 수 있는 ‘번쩍이등’(섬광등)을 챙긴 선원 김병수(41)씨는 “시체라도 찾아달라는 뜻으로 번쩍이등을 챙겼다. 결과적으로 번쩍이등 때문에 살아났다”며 웃었다.
부표에 매달린 선원들의 팔목에는 높은 파도에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자국이 선명하게 배어났다. 차가운 바다에 뛰어든 지 30여분이 지나자 선원들의 다리에 쥐가 나고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2도 화상을 입은 선원 김완섭(41)씨는 “바다에 뛰어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이 마비되기 시작하자 ‘이젠 죽었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30분 정도 더 있었으면 2~3명은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장 고씨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선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잘 따라줘 모두가 살아날 수 있었다”고 겸손해했다. 선원들이 바다에 뛰어든 지 1시간30분쯤 지났을 때 멀리서 남진호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 죽음의 공포에 떨던 선원들은 비로소 ‘살았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부표에 매달린 선원들의 팔목에는 높은 파도에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자국이 선명하게 배어났다. 차가운 바다에 뛰어든 지 30여분이 지나자 선원들의 다리에 쥐가 나고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2도 화상을 입은 선원 김완섭(41)씨는 “바다에 뛰어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이 마비되기 시작하자 ‘이젠 죽었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30분 정도 더 있었으면 2~3명은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장 고씨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선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잘 따라줘 모두가 살아날 수 있었다”고 겸손해했다. 선원들이 바다에 뛰어든 지 1시간30분쯤 지났을 때 멀리서 남진호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 죽음의 공포에 떨던 선원들은 비로소 ‘살았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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