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에서 도시철도공사 역무원들이 시각장애인 체험을 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하철 역장들 시각장애인 체험 나서다
‘역장님’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솟아나왔다. 지팡이는 허공에서 저 혼자 놀기 일쑤다. 지하철 5호선 왕십리~행당~신금호역을 왕복하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평소라면 20분인데,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시각장애인 체험을 위해 안대로 눈을 가리고 보니 매순간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만 같단다.
10일 5~8호선 도시철도공사 역장 40여명이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안내를 받아 눈을 가리고 지하철을 타보는 체험을 했다. 시각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할 때 기분을 몸소 느껴보자는 뜻이다. 역장 140명 모두가 체험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역장들은 11일까지 체험 교육을 마치고, 공익근무요원 922명도 차례로 교육을 받는다. ‘시민의 발’ 지하철이 시각장애인 손님들의 ‘고객 만족’에 팔을 걷은 것이다.
이날 교육에서는 역장 한 명이 안대로 눈을 가리면 다른 역장이 길 안내를 맡았다. 두 명씩 한 조로 짝을 맞추고, 왕복 구간에서 역할을 바꾸기도 했다.
안내자들은 말로 길을 인도해야지, 시각장애인의 팔을 잡지는 말라는 주의를 들었다. 실제 길 안내에서도 시각장애인의 팔이나 옷 소매를 잡아끌면 안된다. 안내자가 반 걸음 앞서 가며 시력이 불편한 이가 안내자 팔을 잡고 가도록 하는 것이 안전하다. 길 안내를 해줘도 괜찮겠냐고 먼저 물어보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다.
역장들은 올록 볼록 돋아 길찾기를 돕는 유도 블록을 지팡이로 짚어 나가는 것부터 힘들어 했다. 불안한 탓에 등을 잔뜩 구부리고 엉금 엉금 기어가듯 걸어갔다. 김화수(53) 어린이대공원역장은 “유도블록을 찾기가 정말 어려웠다”며 “그나마 오늘 바닥이 앏은 구두를 신고나와서 겨우 울퉁불퉁한 느낌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왕십리~신금호 왕복…끝없는 계단 ‘아찔’
지팡이 잃고 진땀 “이리 힘든줄 몰랐다”
“안내할땐 팔 잡지 마세요” 예의도 배워 또다른 장애물은 계단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에스컬레이터는 위험하기 때문에 탈 수 없다. 지팡이를 곧추 세우고 하나씩 하나씩 계단을 짚어나가지만, 왕십리역 지하 1층에서 지하 5층까지 내려가는 계단은 끝이 없었다. 안내자가 안타까운 마음에 주의 사항을 잊고 팔을 잡아당기기 일쑤였다. 승강장에서는 지팡이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로 빠져 아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불편과 불안을 참지 못해 가끔 안대를 슬그머니 들추는 이들도 있었다. 고종일(52) 노원역장은 “이렇게까지 힘든 줄 몰랐다”고 한숨을 토해냈다.
임경억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홍보실장은 “시각장애인은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 일원임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지하철에서 시각장애인 승객을 마주쳤을 때 예의를 지키면서 길 안내를 도와주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지팡이 잃고 진땀 “이리 힘든줄 몰랐다”
“안내할땐 팔 잡지 마세요” 예의도 배워 또다른 장애물은 계단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은 에스컬레이터는 위험하기 때문에 탈 수 없다. 지팡이를 곧추 세우고 하나씩 하나씩 계단을 짚어나가지만, 왕십리역 지하 1층에서 지하 5층까지 내려가는 계단은 끝이 없었다. 안내자가 안타까운 마음에 주의 사항을 잊고 팔을 잡아당기기 일쑤였다. 승강장에서는 지팡이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로 빠져 아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불편과 불안을 참지 못해 가끔 안대를 슬그머니 들추는 이들도 있었다. 고종일(52) 노원역장은 “이렇게까지 힘든 줄 몰랐다”고 한숨을 토해냈다.
임경억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홍보실장은 “시각장애인은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 일원임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지하철에서 시각장애인 승객을 마주쳤을 때 예의를 지키면서 길 안내를 도와주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16/53_17053980971276_2024011650343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2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76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807.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