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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도시와생활] ‘일본군 관사 마을’ 역사 흔적으로 남겨요

등록 2007-04-18 21:02

 지난 12일 서울시 마포구 일본군 관사단지 안, 주인 잃은 집들은 반 이상 부숴져 있었다. 조기원 기자
지난 12일 서울시 마포구 일본군 관사단지 안, 주인 잃은 집들은 반 이상 부숴져 있었다. 조기원 기자
서울 상암동 1930년대 목조건물
문화재로 등록돼 공원으로 이전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아파트 숲 한 쪽에는 ‘이국적 풍경’의 동네가 있다. 다름아닌 일본군 관사 마을이다. 1930년대 일본식 목조건물 22채가 모인 이곳은 용케도 개발 바람을 피해왔다. 그러나 에스에이치(SH)공사가 2009년 말까지 여기에 아파트 3천 세대를 짓기로 하면서 서울 도심 안에서의 ‘이국적 풍경’도 더는 못보게 될 듯 하다.

지난 12일 상암동 ‘관사길’로 들어서자 일본식 목조 건물 10여채가 눈에 띄었다. 집은 텅 비어 있었고, 일부 건물들은 이미 철거됐다. 재건축·재개발을 밥먹듯 하는 서울에서 그래도 70년 이상을 버텨왔다.

관사 마을은 한때 잘 나가는 부촌으로 꼽혔다. 해방 뒤 소유권을 넘겨받은 국방부는 1965년부터 건물을 민간인들에게 팔았다. 당시에는 번듯한 단독 주택이 드문 시절이라 재력 있는 사람들이 집을 사들였다. 북미식 목조 건물을 흉내내 지은 개량식 일본 주택이 인기가 높았기 때문이다. 군 출신인 강영훈 전 국무총리도 이곳에 살았다고 한다. 철거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건물터가 꽤 넓어 부자들이 많이 살았다”고 전했다.

일본군 관사 동네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정확한 기록은 없다. 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팀이 지난해 토박이 주민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해방전 일본군 경성사단이 건물을 사용했고 1930년대에 지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일본이 중국 침략을 본격화하던 시절, 경의선 수색역이 지나가는 이곳에 군을 주둔시켰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사 마을이 보존된 것은 오로지 개발 여건이 처진 덕분이었다. 이 동네는 1970년대 초 그린벨트로 묶였고, 78년 근처 난지도가 쓰레기장이 되면서 개발과 멀어졌다. 덕분에 1930년대 건물이 21세기에도 주민들의 집으로 쓰이는 드문 풍경을 보여줬다.

안창모 교수(경기대 건축전문대학원)는 “일본군 관사가 서울에 단지 형태로 남아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할 것”이라며 “근대 건축사적 가치가 높아 따로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군 관사는 현재 용산 미군 기지와 부산 가덕도, 경남 진해에 몇 채가 남아있다.

이들 사라질 관사 마을과 관사길은 앞으로는 역사적인 흔적으로 명맥을 이을 듯 하다. 에스에이치 공사 개발기획팀 박동훈 과장은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유산으로 관사 건물을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건물 두어 채를 골라 인근에 새로 만드는 공원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이 건물들을 문화재로 등록할 계획이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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