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5시20분께 전남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 앞 바닷길에서 관광객들이 호미로 바지락을 캐고 있다. 정대하 기자
진도 하루 관광객 32만명…호미·삽으로 마구 파헤쳐
해마다 바닥 낮아져…30년전 길이 2.8km→1.8km
해마다 바닥 낮아져…30년전 길이 2.8km→1.8km
“더 팍팍 긁어봐! 많이 나와?”
17일 오후 5시께 ‘한국판 모세의 기적’, 신비의 바닷길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전남 진도군 고군면 회동리 앞 바다.
수많은 관광객 틈새에서 호미로 바지락을 캐던 30대 여성의 광주리엔 바지락이 가득했다. 관광객들은 속살이 드러난 갈라진 바다에서 마치 전투를 하 듯 1시간여 동안 경쟁적으로 바다를 파헤쳐 바지락, 미역, 다시마 등을 채취했다. 대부분 호미를 들었지만, 일부는 소형 삽까지 들고 나섰다. 관광객 중에는 미국·일본인 등 외국인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올해는 17~19일 바닷길이 열리는데 이날 하루 다녀간 관광객만 무려 32만여명에 달했다. 이곳은 매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다녀간다.
국가지정 명승지(제9호)인 전남 진도 바닷길이 30여년 동안 파헤쳐지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바닷길은 2001년 아예 열리지 않았고, 2004년엔 예정보다 빨리 닫히는 등 이미 이상 조짐을 보였다. 이날 열린 바닷길도 군데군데 발목 이상 깊이로 움푹 패이거나 톱니바퀴 모양으로 깎인 곳에 물이 고여 있었다.
전남대 해양연구소가 문화재청·진도군의 의뢰로 지난해 조사를 한 결과, 30년 전 2.8㎞이던 바닷길은 현재 1.8㎞로 줄었다.
책임연구원 이인태(44·해양지질학) 박사는 “관광객이 많이 오갔던 회동 쪽의 높이가 모도 쪽보다 10~20㎝ 더 낮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도 바닷길이 매년 낮아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얼마나 낮아지고 있는지는 조사된 것이 없다.
바닷길 훼손의 직접적인 원인은 관광객들의 과도한 현장 체험 때문이다. 이 박사는 “바닷길이 열릴 때는 사리로 물살이 가장 빠르다”며 “이때 수십만명이 일시에 바닥을 파헤치면서 주변 퇴적물이 물살에 휩쓸려가면서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바닷길 주변에 옹벽을 설치하고, 선착장을 건설한 것도 훼손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호미를 들고 가지 못하도록 하겠다던 진도군의 말은 시늉에 불과하다. 군수 명의로 ‘삽·괭이·호미 등을 가지고 바다에 들어가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적어 놓은 안내판 앞에서 50대 부부가 버젓이 호미를 3천원씩에 팔고 있었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온 오자끼(70)는 “바닷길을 오가며 보기만해도 좋을텐데, 너무 많은 사람이 바닥을 파니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바닷길을 보호하려면, 가장 먼저 관광객이 호미를 들고 들어가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며 “진도 바닷길과 주변 자연경관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소 3년 이상의 장기적 관찰과 조사가 진행된 뒤 종합적인 복원·보존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도/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이 박사는 “바닷길을 보호하려면, 가장 먼저 관광객이 호미를 들고 들어가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며 “진도 바닷길과 주변 자연경관을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소 3년 이상의 장기적 관찰과 조사가 진행된 뒤 종합적인 복원·보존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도/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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