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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전남대 덮친 ‘성희롱 진실공방’ 회오리

등록 2007-05-10 23:19

전남대 덮친 ‘성희롱 진실공방’
전남대 덮친 ‘성희롱 진실공방’
술취한 문화대학원 교수, 여학생한테 “우리 잘래?”
학생들 집단휴학…해당교수 “근거없는 모함” 항변
“우리 잘래? 카페에서 기다릴게…”

전남대 문화대학원 학생 ㄱ아무개(27)씨는 ㄴ아무개(46) 교수한테 이 말을 듣는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걸 느꼈다. 지난해 3월 말 광주시내 ㅍ술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술취한 ㄴ교수는 일행한테 다른 카페로 옮기자고 제안했다가 아무도 동의하지 않자 ㄱ씨한테 귀속말로 속삭였다.

ㄴ교수는 혼자서 카페로 옮겼고, 뒤따라오지 않은 학생 ㄱ씨한테 수차례 휴대전화를 걸었다. ㄱ씨는 휴대전화를 꺼버렸다. 그리고 깊은 상심에 잠겼다. 새벽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ㄴ교수가 ‘남자 친구와 어디까지 갔느냐’라거나 ‘어깨가 결리는데 좀 주물러 달라’는 등 평소 듣기 민망한 표현을 자주해도 설마설마했는데 마침내 한계를 넘어버렸구나 하는 서글픔이 밀려들었다. 밤새 수치심과 혐오감으로 뒤척여야 했다.

ㄱ씨는 이를 문화대학원의 다른 교수들과 차례차례 상담했다. 대학원을 설치한 첫학기에 일어날 풍파를 우려했는지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상담은 묵살됐고 ㄱ씨는 갈피를 잡을 수 없어 방황하면서도 학업에 전념하는 것으로 이를 잊으려 했다.

한해가 흘러 ㄱ씨는 2학년이 되었다. ㄱ씨는 지난 3월 문화대학원에서 일어난 ‘아줌마 비하 발언 파문’을 목격했다. 학생 3명이 ‘아줌마는 이 수업을 듣지 말라’는 ㄷ교수의 부적절한 발언에 발끈해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우여곡절 끝에 ㄷ교수의 사표가 수리됐다.

이런 과정에서 ㄱ씨는 아줌마 비하와 성희롱 사건의 무게를 비교하게 됐다. 지난 4월2일 문화대학원 게시판에 양심선언을 했다. 2005~2006년 2년 동안 이뤄진 성희롱 사례 5건을 폭로하고 진상 조사와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국가인권위와 여성의전화에도 진정을 했다.

문화대학원은 아줌마 비하와 성희롱 사건의 회오리가 한꺼번에 덮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한달이 정신없이 흘렀다. ㄱ씨는 휴학했고, ㄷ씨는 사직했다. ㄴ씨는 강의중이다. 2학년 20명 중 19명이 휴학했고, 전국에서 문화단체 16곳과 여성단체 9곳이 비난성명에 가세했다.

학생 ㄱ씨는 “학자는 양심을 속여서는 안된다”며 “침묵하면 다른 학생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떨치고 나섰다”고 말했다.


반면 ㄴ교수는 “당시 귓속말도 전화도 하지 않았다”며 “힘있는 교수들편에 줄서려고 근거없는 모함을 한다”고 항변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교수와 학생의 진실 공방에 이어 소송으로 번질 조짐이다. 전남대는 진상조사위를 꾸리고 진술을 들었지만 사건의 ‘폭발성’을 우려해 골머리를 썩히고 있다.

전남대 문화대학원은=전남대가 2006년 3월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일할 문화예술 정책·기획·교육 인력을 양성하려고 설치한 전문대학원이다. 교수진은 5명, 모집 정원은 30명이다. 첫해 입학 경쟁률이 4.7대1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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