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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개발의 뒤안길 “그림으로나마…”

등록 2007-05-17 22:20

목원대 학생들이 학교주변 마을을 찾아 스케치하고 있다.
목원대 학생들이 학교주변 마을을 찾아 스케치하고 있다.
대전 목원대 ‘목원한국화회’ 정기전
서남부택지개발로 폐허된 마을 그려
대전 서남부택지개발지구 9블럭 개발사업자로 계룡건설컨소시엄이 선정된 지난 15일 대전 은행동 에스닷 갤러리에선 ‘학교 가는 길-도안동 풍경전’이 열렸다.

‘학교 가는 길-도안동 풍경전’은 대전 목원대 미술대학 동양화전공 학생동아리인 목원한국화회의 19번째 정기전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서남부권 개발계획으로 철거 되는 학교 주변 마을을 화폭에 담은 작품 24점이 출품됐다.

그림 속에는 최근 뜯긴 높은 굴뚝 벽돌공장과 이사한 호박넝쿨집 아줌마, 지금은 폐허가 된 원신흥동 마을 모퉁이집 강아지 발자국도 등장한다.

강아지 발자국은 모퉁이집 강아지가 뛰어다니다 말리려고 펴 놓은 문슬아(21)씨의 그림을 밟는 바람에 생겼다.

“자취하던 마을이 없어진다는 말을 듣고 정기전시회 소재를 ‘사라지는 학교 주변 마을’로 정했습니다.”

장성국(26·3학년)씨는 “입학해 음지마을에서 자취를 했다”며 “마을을 그리다 보면 이곳에 살던 아저씨 얼굴도 생각나고 군대 가기 전 추억들도 떠오른다”고 말했다.

 ‘폐가’
‘폐가’

이국화(21)씨는 처음에는 그냥 그림을 그리러 마을을 찾아다녔는데 주민들을 만나고 그들이 품고있는 애틋한 고향의 정과 떠나야 하는 아쉬움 등 이들의 심경을 담아 깨진 슬레이트 집을 소재로 작품 ‘폐가’를 그렸단다.

그림에는 또 원신흥동을 찾아가다 산길을 잘못 들어 고생하는가 하면, 보상문제로 예민해진 주민들에게 오해를 사기도 하고 철거하는 현장 옆에서 스케치하다 사진기를 뺏기고 쫓겨난 애환도 스며있다.


“개발반대 투쟁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옆에 앉아 그림 그리는 우리가 얄미웠을 겁니다. 이번 전시회가 주민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최송아(21·3학년)씨는 “우리가 그린 그림은 개발 이후 이곳의 옛 모습을 보여주는 역사가 될 것”이라며 “10여년 뒤 이곳을 찾았을 때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을 만큼 예쁘게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황래(미술대 동양화과) 교수 등 이 대학 미술대학 교수들도 학교주변의 사라지는 마을 풍경을 화폭에 담아 이번에 전시된 학생 작품들과 함께 학교 미술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이 전시회는 21일 막을 내린다.(042)254-0321.

서남부 택지개발사업은 서구와 유성구 일대 465만평을 3단계로 나눠 자족형 신시가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1년에 완성될 1단계 사업은 서구 도안·가수원동과 유성구 상대·용계동 일대 183만평으로, 공동주택 2만4천가구를 짓고, 6만5천명을 수용한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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