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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일가족 살인용의자는 이웃사람 “도득 취급해서…”

등록 2007-06-21 21:39수정 2007-06-22 01:00

여중생 납치혐의도
충남 보령에서 일가족 세 명을 살해한 혐의를 사고 있는 용의자가 붙잡혔다. 이 용의자는 여중생을 납치해 20여일 동안 감금했다가 풀어준 혐의도 받고 있다.

보령 남포면 김아무개(55)씨 일가족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보령경찰서는 이아무개(32)씨를 살인 등 혐의로 사건 발생 하루만인 21일 긴급체포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보령시 청라면 친척집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20일 저녁 7시50분께 이웃에 사는 김씨 집에서 김씨 부부와 김씨 어머니 등 3명을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경찰에서 “김씨가 물건을 잃어버리면 자신을 의심하며 도둑 취급하는 등 무시해 범행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지난달 30일 밤 9시께 남포면 21번 국도변에서 어머니가 일하는 포도밭에 가던 김아무개(14·중3)양을 납치해 20여일 동안 자신의 집에 감금한 혐의도 사고 있다. 20일 밤 늦게 풀려난 김양은 “포도밭에 가는데 갑자기 나타난 이씨가 목을 조르며 ‘죽인다’고 협박하며 끌고가 감금했다”며 “이씨가 20일 저녁 때 외출한지 한 시간여 만에 옷에 피를 묻힌 채 돌아온 뒤 자신을 자전거에 태워 집 근처에서 풀어 줬다”고 말했다. 이씨는 경찰에서 “납치한 김양을 살려 보낸 이유는 오직 김양만이 나를 이해해줬기 때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 2003년 자신의 아버지를 농기구로 찔러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존속살인미수죄)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이 때문에 이씨는 이웃들로부터 “천륜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았으며, 이웃과 담을 쌓고 점차 폐쇄적으로 변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씨는 평소 부모와 함께 살면서도 자신의 방에서 홀로 밥을 해먹고 살았으며, 부모도 이런 이씨의 행동을 전혀 개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부모는 경찰에서 “아들은 같은 집에서 살았을 뿐이지 혼자 밥을 해먹었고, 전혀 교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드물게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쐬는 것 말고는 하루 종일 자신의 방 안에서만 생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어렸을 적 뇌수술을 받은 적이 있으나 군복무를 마치고 전기회사에서 직장생활도 하는 등 정상인과 똑같은 생활을 해왔다”며 “이씨가 진술을 번복하는 등 현재 신뢰할 수 있을 만한 명확한 범행동기를 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여죄를 추궁하는 한편, 이씨의 정신감정을 의뢰할 방침이다.

경찰의 초동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허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김양이 납치된 장소와 이씨 집이 차량으로 10분 거리이고 이씨가 강력 사건을 저지른 전력이 있는데도 납치사건 수사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 또 김양의 실종 뒤 20여일 동안 연인원 3600여명을 동원해 김양 집으로부터 반경 5㎞ 내를 샅샅이 수색했다고 밝혔으나 김양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김양이 살해돼 시신이 어딘가에 버려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빈집이나 비닐하우스 등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전개했는데 인근 마을 가정집에 감금돼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22일 오전 10시 30분 보령경찰서에서 두 사건에 대한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보령/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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