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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재개발 아쉬움 속 역사문화마을 가꾸기 ‘착착’

등록 2007-07-01 17:42수정 2007-07-01 19:10

전라도 서양촌인 광주 양림동 일대 모습. 양림교회 지붕 너머로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전라도 서양촌인 광주 양림동 일대 모습. 양림교회 지붕 너머로 재개발 공사가 한창이다.
[지금이곳은] ‘전라도 서양촌’ 광주 양림동

100여년 전 선교사 정착…근대문화자원 풍성
주민들 ‘신양림여지도’ 제작 전통보존 팔걷어

‘전라도 서양촌’으로 불리는 광주시 남구 양림동. 30일 오전에 찾은 이곳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양림교회의 둥글고 뾰족한 지붕 너머로 재개발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십자가 위로 까마득하게 솟은 타워형 기중기 10여대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

서양촌과 맞닿아 있는 양림동 재개발 사업(10만6천㎡)은 착공 일 년 반 만에 공정 50%를 넘어섰다. 골조를 갖춰가는 18~22층 아파트들의 육중한 몸체는 2층 주택이 대부분인 ‘서양촌’ 동네를 내려다보고 있다.

재개발이 착착 진행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내년 6월 아파트 입주 이후 불어닥칠 변화를 두고 올초부터 숱한 전망이 나왔다. 정오면 어김없이 교회종이 울리던 한적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이웃사촌끼리 도타웠던 인정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도 일었다. 3·1운동 때 태극기를 나눠줬던 가옥이 아파트 터로 들어갔다는 아쉬움도 이런 대화에 끼어들었다.

주민 문정호(68)씨는 “서양촌은 유서 깊고 인심 좋은 동네”라며 “재개발 속에서도 전통은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바람은 이웃에서 이웃으로 퍼지며 공감을 얻었다. 주민들은 100년 전통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데 머리를 맞댔다. 논의 끝에 지난 4월 ‘양림동, 역사 위를 걷다’라는 주제로 역사문화마을 만들기 사업을 결정했다. 동네에서 음식점·세탁소·문방구 등을 운영하는 40~60대 주민 20여명이 기꺼이 팔을 걷어붙였다. 우선 근대문화자원 20곳을 선정하고 〈신양림여지도〉를 제작하는 등 동네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일부터 시작했다.

전라도 서양촌인 광주 양림동 일대 모습
전라도 서양촌인 광주 양림동 일대 모습

이 동네는 1899년 미국 남장로파의 선교사 클레멘트 오웬(1867~1909)과 유진 벨(1868~1925)이 정착하면서 서양촌으로 불려왔다. 선교사들은 성문 밖 양림산 아래 양림교회(1904년), 수피아학교(1907년), 제중병원(1911년)을 차례로 짓고 기독교 전파와 한센병 구제에 나섰다.

주민들은 석달 동안 △탐방경로 선정 △지도초고 작성 △재확인 답사 등을 거쳐 〈신양림여지도〉(그림)를 완성했다. 이 지도에는 문화자원들의 거리를 걸음수로 표시하고, 사진과 설명을 비롯해 소리·냄새·느낌까지 담았다. 이어 다른 지역 초등학생이 안내 없이 지도만으로 동네를 한바퀴 도는 데 두세시간 걸린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1920년대 양림동에서 태동했던 광주와이엠시에이와 2010년부터 양림동을 문화마을로 운영하려는 문화중심도시추진단도 이런 일에 힘을 보탰다.

주민들은 지난달 21~30일 옛 전남도청에서 전시회를 열고 〈신양림여지도〉를 세상에 내놓았다.


한귀님(46) 주민자치위원장은 “양림동에 이런 근대자원이 있는지 잘 모르는 광주시민들도 많다”며 “변화를 앞두고도 주민들이 자부심과 일체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강래광(45) 동 사무장은 “주민들이 제작한 문화지도와 안내표지를 곳곳에 설치하겠다”며 “이런 노력으로 탐방객이 늘면 앞으로 동네에 문화해설사도 두겠다”고 약속했다.

양림동은=조선 말기 광주 남문 밖의 양촌과 유림이 합쳐져 만들어진 ‘버드나무 숲이 우거진 마을’이었다. 개화기에 광주에서 근대 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1900년대 초 미국의 선교사가 양림교회·수피아학교·제중병원을 열면서 ‘서양촌’으로 불려왔다. 전통 한옥인 최승효·이장우 가옥뿐 아니라 우월선 사택, 오기원 기념각, 커티스 홀, 수피아 홀 따위 근대 서양식 건물들이 원형대로 남아 있다.

광주/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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