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제련소 주민들 피해 호소…충남도, 긴급조사 나서
장항제련소 인근 주민들이 환경오염으로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해 충남도가 실태 조사에 나섰다.
충남 서천군 장항읍 장암리 모래터 주민들로 꾸려진 폐차소각장반대주민대책위원회(대표 방훈규 이장)는 3일 주민들이 암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며 마을 환경생태를 복원시켜 달라는 진정을 정부와 충남도 등에 냈다.
주민대책위는 진정서에서 “1936년 장항제련소가 마을에 들어선 뒤 수십년 동안 마을주민들이 각종 암과 난청, 관절염 등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국립환경연구원의 1998년 토양조사에서 마을 농토가 중금속에 오염된 사실이 밝혀졌고 지난해 마을에서 생산된 쌀에서 카드뮴이 기준치의 6배를 웃도는 것으로 분석돼 이 같은 오염이 주민들의 질병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1989년 제련은 중단했지만 동 전기분해를 하면서 아황산가스가 배출돼 감나무잎이 마르고 고추잎이 타죽는 피해는 여전하다”며 “환경오염으로 주민 피해가 잇따르는 데도 회사 쪽과 자치단체는 피해실태 조사를 외면한 채 제련소 터에 폐차소각시설을 세우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책위는 이어 △주민 피해 및 토양 오염 정밀조사 △오염된 토양과 바다 환경복원 △폐차소각시설 설치 반대 등을 요구했다.
방훈규 이장은 “올 3월께 이아무개(63·폐암)씨가 숨졌고 지난해 말에도 임아무개(73·간암), 김아무개(73·간암)씨가 숨졌으며 기아무개(63)씨는 설암으로 투병하는 등 최근 2년 동안에도 모래터 마을 95가구 200여 주민 가운데 8명이 암으로 숨지거나 발병했다”고 밝혔다.
방 이장은 “주민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했더니 50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했다”며 “환경부와 충남도에 이 같은 실태를 밝히고 주민건강검진 및 역학조사를 요청했으나 조처가 없어 진정서를 냈다”고 말했다.
충남도는 이상옥 보건환경국장을 반장으로 하는 긴급대책반을 꾸리고 모래터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가족병력을 조사하는 등 실태 조사에 나섰다.
이상옥 국장은 “주민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밝히려고 정부 부처와 질병역학조사 및 토양 정밀조사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장항제련소 인근 지역은 최근 환경부가 밝힌 전국토양오염도 조사결과에서 구리와 비소 오염도가 각각 61.16(오염우려기준 50.00), 8.17(오염우려기준 6.00)로 기준치를 웃돌았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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