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이주 채비를 하던 종촌리 주민 조민자(65), 김정순(60), 정춘자(65), 황인순(62), 이안자(64)씨가 이상봉 사무국장과 함께 조호연씨의 사진작품 <마지막 설> 앞에서 기념 촬영에 응했다.
[사람과풍경]
빈건물 사이 마지막 이주채비
옛추억 담은 사진·미술전시회 11일 충남 연기군 남면 종촌리는 해체되고 있었다. 낯선 이들은 주인이 떠난 삶터를 드나들며 돈 되는 것과 버려질 것을 분류했다. 부서진 가구와 깨진 유리, 장맛비에 젖어 둘둘 말린 이불 등 버려진 것들이 문틀 뜯긴 집을 지켰다. 빈 건물에는 ‘어디로 가든 행복하고 부자 되세요’, ‘우리는 종촌리 주민을 잊지 않을 겁니다’, ‘다시 모여 사는 날까지 건강하세요’ 펼침막이 걸렸다. 그 사이로 종촌 주민 사진들이 눈길을 끈다. 사진작가 조호연씨가 ‘종촌’을 주제로 촬영한 것이다. 사진에는 고향에서 마지막 설날을 맞은 이들, 이주에 앞서 작별 인사하는 주민, 새로운 희망을 손짓하는 아이들 모습이 담겨 있다. 조씨는 종촌을 무대로 활동하는 행정도시 공공미술프로젝트(cafe.naver.com/publicartproject) 참여 작가다. 지난 1월 출범한 행정도시 공공미술프로젝트팀은 ‘주민들에게 종촌에서의 삶을 제 모습 그대로 기억하게’ 도와주려고 조각, 사진, 한국화, 서양화, 설치미술, 영상·음향예술 작가 등 전국에서 모인 29명으로 꾸려졌다. 조각가 이길렬씨는 ‘간다’를 주제로 빈 집에 버려진 노끈으로 작은 의자를 만들고, 철사를 모아 새장을 만들어 옛 오토바이 가게 벽을 꾸몄다.
‘종촌-그 기록들’을 테마로 비석, 문패, 간판을 탁본하고 있는 한국화가 김억씨는 남면사무소 앞 옛 타월공장을 전시 공간으로 삼았고 사진작가 전재홍씨는 2대에 걸쳐 30년 동안 종촌 들머리의 ‘수 다실’을 운영한 김한숙씨를 앵글에 담았다. 전시회에 선보일 작품은 150여점. 전시회 기간 옛 종촌교회에서는 부안 임씨 600년 전과 종촌-근·현대사 유물전도 함께 열린다. 프로젝트 집행위원회는 오는 20일 전시회 개막일에 남면사무소에서 ‘종촌, 이별잔치’를 열 예정이다. 프로젝트팀 이상봉 사무국장은 “예술과 거리가 먼 농촌마을 ‘종촌’에 작가들이 모인 이유는 고향 떠나는 이들을 위로하고 세종시가 건설된 뒤에도 모두가 ‘종촌’을 기억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행정도시가 공공미술이 숨쉬는 공간으로 건설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공공미술프로젝트팀의 ‘종촌-가슴에 품다’ 전은 8월 초까지 남면사무소 주변 7개 빈 건물과 거리에서 열린다. 프로젝트팀 집행위원회 (041)868-6020. 연기/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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