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식당 폐쇄와 함께 공식무대를 잃어버린 부산롯데호텔 엘그린 무용단원들이 거리에서 야간문화제를 열어 회사 쪽의 정리해고 방침 철회를 기원하는 촛불의식을 하고 있다. 배수림 인턴기자
“우리에게 무대를 돌려달라”
33명 19일째 ‘거리 야간문화제’
29일 정리해고 코앞 ‘촛불기원’ 17일 제헌절 저녁 8시. 부산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서면의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앞에선 30~40명의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색다른 거리공연이 펼쳐졌다. 오는 29일이면 모두 정리해고 될 운명에 놓인 부산롯데호텔 소속 엘그린 무용단원 33명이 회사 쪽의 정리해고 방침에 맞서 거리에서 ‘야간문화제’를 연 것이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호텔 극장식당 폐쇄와 함께 공식 무대를 잃게 된 뒤부터 날마다 저녁 8시 롯데호텔과 나란히 서 있는 롯데백화점 앞에서 야간문화제라는 이름의 거리공연을 벌이고 있다. 이날은 19일째 되는 날이다. 정리해고자 공동대표 맹화영(37)씨는 “공연을 만들고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투쟁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시작한 것이 야간문화제”라며 “거리에서 춤과 노래를 통해 시민들과 함께하며 우리의 처지와 사정을 알려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먼저 <우린 하나요>라는 노래에 맞춰 율동을 선보인 뒤 <당돌한 여자> <무조건> 등의 대중가요를 개사해 자신들한 상황을 노래했다. “갑자기 통보한 거 맞죠?” “맞죠.” “일부러 해고한 거 맞죠?” “맞죠.” 무용단원들이 <당돌한 여자>를 개사해 노래를 부를 땐 백화점 앞을 지나치던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관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봤다. 구경하던 일부 시민들은 장단에 맞춰 함께 박수를 치기도 했다. 노래 공연이 끝나고 부채춤을 비롯한 전통 민속춤 공연이 이어지자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무용단원들의 춤사위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이날 야간문화제는 회사 쪽의 정리해고 철회와 고용 안정을 기원하는 촛불기원제를 끝으로 50여분만에 마무리됐다.
거리공연을 지켜본 시민 전은숙(42)씨는 “호텔 극장식당을 폐쇄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무용단원들이 갑작스레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됐다는 사실은 공연을 보고 알게 됐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정리해고자 공동대표 김경철(40)씨는 “임금 동결에 연월차수당도 받지 않겠다는 조건까지 내걸며 정리해고만은 말아달라고 회사 쪽에 거듭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이라며 “25~26일께 대규모로 야간문화제를 열어 시민들에게 우리의 처지를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배수림 인턴기자(부산대 신문방송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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