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부채 전시회인 ‘숲 강 늪 바람’전에 출품된 조평휘 선생의 산수부채.
부채속 우리산천이 ‘살랑살랑’
대전 선화기독교미술관서 19일까지
130여점 전시…그리기 체험 기회도 단아한 집 뒤뜨락을 가득 채운 개나리와 벚꽃 위로 채 새 잎이 나지 않은 큰 나무 가지가 걸려 있는가 하면 새가 파란 강을 날고, 소나기 그친 심신산골 소나무 숲 정자와 선비 모습이 한가하다. 부채그림전인 ‘숲 강 늪 바람’전이 19일까지 대전 월평동 선화기독교미술관(옛 신신농장)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화단의 원로, 중진, 신예 작가 등 56명이 130여점의 부채 그림을 내놓았다. 원로작가 운산 조평휘(목원대 명예교수) 선생은 17마디 전주 합죽선에 전통 수묵 산수화를 그려 냈고, 기산 정명희(선화 기독교미술관장) 선생은 대나무 부챗살 위에 파란 금강 위를 나는 새를 그려 시원함을 더 했다. 꽃 향기가 솔솔 풍겨 날 듯한 그림부채로는 쥘부채에 꽃을 그린 이석구(공주대) 교수의 ‘생성-흐름’과 단아한 시골집 뒤뜨락에 개나리와 벚꽃이 가득한 오용길(이화여대 조형예술대) 학장의 ‘봄’이 눈길을 끈다.
유관순 열사 영정을 그려 널리 알려진 윤여환(충남대 미대) 교수는 부채 손잡이를 위로 해 누런 바탕에 굵은 매화와 소나무를 그린 역매도, 역송도를 출품했다. 정황래(목원대), 강구철(한남대) 교수, 권경태씨는 비온 뒤 소나무와 석류를 소재로 ‘’우후풍경’과 ‘사색’, ‘태백 가는 길’ 부채를 걸었다. 정 교수는 부채 5개에 낙락장송을 이어 그린 작품을, 권경태씨는 연작 시리즈인 태백산맥을 힘찬 필치로 그리면서 소나무 밑동을 부챗살에 그려 부채 고유의 실용성에 새로운 표현력을 곁들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10여년째 붓으로 누드 크로키 작업을 하면서 한국의 선을 찾아온 박석신(목원대) 교수는 까마귀와 바위, 소나무, 구름을 동화 삽화처럼 그려내 눈길을 끈다. 이종필씨는 전통적인 진경산수 기법으로 합죽선에 기백 넘치는 대나무와 풍파를 견딘 노송을 펼쳤다. 이번 부채전은 부채가 한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던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는 의미를 살려 관람객들이 직접 부채에 그림을 그려보는 체험 기회도 마련했다. 정명희 관장은 “부채는 바람을 일으켜 약을 달이고, 불을 피우고, 얼굴을 가리는 등 우리 삶 속에서 다양하게 이용돼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며 “원, 반달, 파초, 타원 등 갖가지 모양의 부채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전통의 아름다움을 찾는 시원한 여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042)525-3141.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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