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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세상 빛 못 본 ‘어린 영혼’ 위로

등록 2007-08-23 22:05

보성 대원사
보성 대원사
보성 대원사, 1년 2번 ‘태아령 기도’…전국서 신도들 몰려
빨간 모자를 쓴 동자상이 빙그레 웃는다. 전남 보성군 문덕면 죽산리 대원사엔 수십여개의 동자상들이 눈에 띈다. 극락전 오른쪽에 서있는 지장보살상은 아이를 안고 있다. 빨간색 털실로 짠 모자를 쓴 동자상들이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빨간 모자는 환생의 바람을 담고 있다. 대원사 현장 스님은 “아버지의 흰보리와 어머니의 적보리가 결합해 생명이 탄생한다”며 “어머니한테서 버려져 고통받는 태아 영혼(태아령)들을 위로하는 의미가 빨간색에 담겨있다”고 했다. 태아 영혼들은 지장보살을 어머니로 삼아 업을 풀고 극락세계로 인도된다고 한다.

대원사는 어린 영혼을 위한 기도도량으로 유명하다. 현장 스님은 1993년 6월 태안지장보살을 봉안한 뒤, 태아령을 위한 100일 기도를 1년에 두차례씩 봉행하기 시작했다. 올해 백중(음력 7월15일)인 27일에도 태아령을 천도하는 의식을 올린다. 현장 스님은 태아령의 ‘환생을 위한 기도’라고 표현했다. 이번 백중에도 전국에서 신도 300여명이 태아령 천도를 신청했다. 정월 보름에도 또 한차례 천도재가 열린다.

천봉산(해발 608m) 아래 자리잡은 대원사는 경내가 공원같다. 백제 무녕왕 3년(503년) 아도화상에 의해 창건돼 1500살을 넘긴 고찰이다. 하지만 한국전쟁 때 극락전만 남기고 불에 타 현재의 모습은 1990년 선원·요사·일주문 등이 복원되면서 형성됐다. 극락전 안벽에 그려진 관세음보살과 달마대사도는 한국 사찰 벽화의 백미로 꼽힌다. 경내 7곳의 작은 연못엔 연꽃이 아름답다. 현장 스님은 “수도장이라기보다 대중들이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곳으로 가꿨다”고 말했다.

연지문에 이르기 전 사철나무엔 수박 크기만한 ‘왕목탁’이 걸려 있다. 이른바 ‘지혜와 용서를 부르는 목탁’이다. 이 목탁에 한번 머리를 부딪히면 나쁜 기억이 사라진다고 한다. 또 두번째엔 지혜가 밝아지며, 세번이면 원수가 잘되기를 비는 마음이 생긴다고 한다. 현장 스님은 “나쁜 기억도 분리해서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며 “목탁에 부딪히는 의식을 통해 삶의 지혜를 깨우치자는 의미다”고 설명했다.

대원사 들머리까지 5.5㎞에 달하는 길 양쪽에 벚꽃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대원사 입구 주차장 왼쪽의 티베트 박물관도 둘러볼만하다. 현장 스님이 1986년부터 티베트와 몽골·중국 등지를 순례하며 모은 불교 미술품 500여점이 전시돼 있다.(061)852-1755.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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