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침해·환경파괴 크면 허가취소” 판결 ‘후폭풍’
무주·여수 등 20여곳…환경단체 “연대 나서겠다”
경제적 이익보다 생존권 침해·환경 손실이 큰 골프장은 공사 중이더라도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한겨레〉 8월21일치 14면) 이후 전국 골프장 예정 터에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전남 여수, 경기 안성, 충남 천안 등지에서 골프장 허가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둘러싼 분쟁이 재연돼 주민소환이나 행정소송까지 빚어질 조짐이다.
광주지법 행정부(김진상 부장판사)는 최근 전남 무안군 청계면 태봉리 주민 63명이 무안군을 상대로 낸 ‘골프장 허가 취소 청구소송’에서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 사업으로 기대하는 세수 증대와 경제 활성화 등 경제적 이익보다 생존권 침해와 자연환경 파괴로 생기는 손실이 더 크다”며 “상당한 자금이 들었더라도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지난해 골프장의 농약 사용량이 ㏊당 12㎏에 이르는 상황인 만큼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마을 쪽으로만 짧고 좁은 계곡이 형성된 구릉지에 골프장을 만들면 지하수가 오염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건강나라에서 지난해 12월부터 500억원을 들여 이곳에 건설 중인 18홀짜리 클린밸리시시 공사는 공정 10% 단계에서 중단됐다. 이 판결이 나자 무안군은 “기업도시 건설에 악영향을 주고 업체의 손해배상 소송을 부를 것”이라며 항소한 반면, 시민들은 무안군청 앞에서 두 차례 집회를 열고 “항소를 철회하라”고 군을 압박했다.
골프장의 환경 영향을 까다롭게 따진 이번 판결이 알려지자, 전국 곳곳에서 골프장 건설 반대운동을 펼쳐온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은 반색하고 있다. 분쟁 중인 골프장 예정 터는 경기 여주·안성, 충남 천안·서산, 충북 청원, 강원 횡성, 전북 무주, 전남 구례·해남 등 20여곳에 이른다.
여수 시민단체들은 24일 도심인 여수시 봉계동 일대에 18홀로 추진 중인 시티파크 골프장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30만 시민의 상수원이 흐르는 골프장 예정 터에 생태공원을 조성하라”며 “시민의 46.6%가 반대하고 20.7%만 찬성하는 골프장을 허가하면 여수시장을 주민소환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골프장 사업의 규제가 크게 완화되면서 2000년 이후 환경단체나 지역주민이 소송에서 이기기가 어려웠다”며 “이 판결을 계기로 허가 직전에 있는 여주·천안·횡성 등 분쟁 골프장 예정 터의 상황을 점검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 국토생태본부 염형철 처장은 “광주지법의 판결은 공급 과잉 상태인 골프장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사회적 우려를 반영하려 한 기념비적인 것”이라며 “분쟁 중인 골프장 예정 터마다 환경 영향과 보상 조건이 다르지만 반대집회·행정소송·주민소환이 펼쳐지면 연대하겠다”고 말했다.
올 초까지 허가를 받은 전국 골프장은 347곳이며 허가를 추진 중인 골프장은 200여곳으로 추산된다. 광주/안관옥 정대하 기자 okahn@hani.co.kr
올 초까지 허가를 받은 전국 골프장은 347곳이며 허가를 추진 중인 골프장은 200여곳으로 추산된다. 광주/안관옥 정대하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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