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의 백도
여수시, 31일부터 사흘간 150명에 상륙 허가
기암괴석 절경에 희귀생물 수백종 ‘생태보고’
기암괴석 절경에 희귀생물 수백종 ‘생태보고’
쪽빛 바다 한가운데 감춰졌던 전남 여수의 백도(사진)가 20년 만에 비경을 드러낸다.
여수시는 27일 “문화재청이 31일~9월2일 사흘 동안 관광객 150명의 백도 상륙을 허가했다”며 “백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면사무소와 관광선사에 문의 전화가 하루에 500여통 걸려오는 등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백도는 1987년부터 문화재청이 환경보호와 생태보전을 내세워 해안 200m 안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해 왔다.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에서 동쪽으로 28㎞ 떨어진 백도는 79년 국가 명승지 7호, 81년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으로 잇따라 지정됐다. 푸른 바다와 어우러진 바위들의 풍광이 뛰어나고, 흑비둘기·풍란·큰붉은산호 따위 생물 500여종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이다. 이 때문에 ‘금족령’ 이전에는 대어·수석·풍란·전복 등을 노린 이들의 발길이 잦았다.
사흘 동안 금족령이 풀린 백도에는 매일 오후 5시 거문항에서 20t급 관광선 ‘태양호’가 50여명을 태우고 떠난다. 한시간 항해 뒤 상백도에 도착해 40분 동안 섬에 오른다. 등대 부근 해발 200여m 섬마루에 올라서서 사방에 펼쳐진 쪽빛 바다와 은빛 파도를 내려다보는 시간이 주어진다. 섬마루에 오르면 꿈처럼 떠 있는 백도 전체뿐 아니라 매바위, 거북바위, 서방바위, 각시바위, 형제바위 따위 기암괴석이 한눈에 들어온다. 상백도에서 거문도로 돌아오면서 남해안의 해넘이도 감상할 수 있다.
삼산면사무소 박대일씨는 “요즘 날씨가 맑아 140㎞ 떨어진 제주도 한라산도 보일 정도로 시계가 좋다”며 “200m 밖에서 바라만 보던 섬에 오르면 손때 묻지 않은 자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도는 바위가 하얗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는 설과 섬이 백(百)개에서 하나가 모자라 한획을 빼고 백(白)도로 했다는 설이 있다. 실제로는 거문도 동쪽 해상에 상백도와 하백도 등 무인도 39개로 이뤄졌다.
이 사업을 추진한 이원용 남도저널 사장은 “금족령 탓에 거문도의 대표적 경관에 접근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높았다”며 “사흘 동안 금족령이 풀리자 문의가 많지만 거문도에서 하루를 묵어야 하기 때문에 망설이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번 백도 상륙은 ‘거문도·백도 은빛바다축제’와 맞물려 추진됐다. 이 축제 동안 거문도 일대에서는 △거문도 뱃노래 시연 △전통 떼배 노젓기 △전통 조냉이(지인망) △은빛갈치 시식회 △거문도 등대 등반 따위 독특한 해양 체험이 이어진다. 면사무소 (061)690-2607. 남도저널 (061)641-0333. 청해진해운 (061)663-2191.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사진 연합뉴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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