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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제주도민 ‘500번’ 울리고 웃겼다

등록 2007-08-30 21:39

창단 20돌 맞은 놀이패 ‘한라산’
창단 20돌 맞은 놀이패 ‘한라산’
창단 20돌 맞은 놀이패 ‘한라산’
4·3 등 다룬 30여편 창작마당극 500차례 무대 올려

“삶의 문화를 아끼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열린 마당이고자 한다. 삶의 마당, 놀이마당, 싸움마당, 그리하여 자주와 민주와 통일의 한마당, 우리 고유의 신명나는 몸짓으로 풀어나가는 민중 민족의 마당이고자 한다.”

민주화의 열기가 뜨겁게 분출되던 1987년 8월 놀이패 한라산의 창단 선언은 제주 지역 마당극(마당굿) 운동의 작은 울림이었다. 놀이패 한라산은 당시 6·29 선언의 허구성을 꼬집은 작품 〈그날 이후〉 공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500여회에 이르는 마당굿판을 통해 제주의 대표적인 놀이패로 성장했다.

4·3 항쟁을 소재로 한 〈4월굿 한라산〉, 〈백조일손〉, 〈꽃놀림〉(사진), 〈목마른 신들〉, 〈헛묘〉 등을 무대에 올렸고, 제주의 역사를 다룬 〈항파두리놀이〉, 〈격랑〉, 조작간첩 문제를 다룬 〈저 창살에 햇살이〉, 재일동포들의 삶과 애환을 다룬 〈아버지를 밟다〉 등 모두 30여편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의 창작 마당굿을 통해 제주도민들을 울리고 웃겼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와 무대를 고려하면 대단한 이력이 아닐 수 없다.

이 놀이패 한라산이 어느덧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26일에는 이를 기념해 질펀한 ‘난장굿’판을 벌였다. 제주도 마당굿 운동을 재정립하고, 지역 연극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한편 도민들과 함께 풍자와 해학, 굿의 신명이 어우러지는 대동판이었다.

이번 난장굿판에는 한라산이 20돌 기념공연으로 제주도의 놀이굿인 〈마당굿 영감놀이〉를 펼쳤고, 전북의 인형극단 누렁소와 충북의 놀이패 열림터를 초청했다. 특히, 페루의 비차마극단을 초청해 1980~90년대 페루의 학살과 테러로 숨지거나 실종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을 선보여 공감을 얻기도 했다.

창단 당시 대학생이던 배우들은 이제 마당극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40대 중후반이 됐다. 2대 대표를 역임한 김경훈(46·제주도 4·3사건지원사업소 전문위원)씨는 “초창기 공연은 말 그대로 배고픈 ‘놈팽이들’이 의지와 열정으로 달려들어 치렀다”며 “해마다 4·3관련 공연을 무대에 올려 도내외에 알리고, 지역에서 벌어지는 현안이 있는 곳마다 달려가 지역주민들과 연대활동을 벌이는 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전국민족극한마당에서는 한라산 윤미란(41) 대표가 민족광대상을 받아 제주도 마당굿의 역량과 전통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윤 대표는 “놀이패 한라산의 역사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제주 지역 마당굿의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길이었다”며 “창단 초기의 정신으로 돌아가 지역민들과 어우러지는 운동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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