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권경태씨
한국화가 권경태씨 4번째 개인전
한국화가 권경태(46)씨는 개인전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왜 소나무만 그리느냐?’는 물음에 “소나무는 애국가에도 나오지 않느냐”며 피식 웃었다.
모처럼 여는 개인전이지만 그는 여전히 소나무 그림 30여점을 내놓았다. 그는 9년 전 3번째 개인전, 18년 전 첫 개인전에서도 소나무를 그렸다. 그때는 ‘태백 가는 길’ 등 한 지역의 소나무를 주제로 연작 그림들을 그렸지만 이번에는 남녘 전라도, 경상도에서 북녘 강원도와 서녘 충청도 서해안 등 전국의 소나무들로 소재가 다양해지고 한지 대신 아교먹인 광목에 그린 점이 달라졌을 뿐이다.
설악산에서 만난 노송은 가지를 뒤틀었다. 스케치하는 내내 물 한 방울 없는 바위 틈에서 쥐어짜듯 삶을 이어온 노송의 모습이 우리 민족의 질박한 삶과 궤를 같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에서 소나무 없는 산하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소나무를 보면 우리 민족 특유의 정감이 느껴집니다.”
그의 고향인 충남 부여 소나무들은 5그루가 논둑 끝 냇가 옆에서 의좋은 형제처럼 가지를 마주하고 있고, 안면송은 키가 크고 선이 굵어 기개가 살아있다.
소나무 그림 18년 진경산수 맥 이어
우리 민족만의 정감 느껴져 매력적
그는 “경북 안동 등 예외적인 곳이 없지 않지만 남쪽지방 소나무들은 가지가 풍성하고 솔잎 색깔이 선명한 반면 북쪽지방 소나무들은 주변을 살피지 않고 하늘 높이 쭉쭉 뻗는 특성이 있다”며 “소나무는 색이 요란하지 않고 담채를 곁들이면 무게감이 있는데다 모양새가 다양해 꾸밀 필요가 없어 실경산수 소재로 이만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소나무 뒤로는 새마을운동의 흔적인 함석지붕 한옥과 흙벽돌로 지은 담배잎 건조창고, 검정기와집 등이 들어서 있어 사라지는 고향의 모습을 그림으로나마 남기고 싶어하는 그의 향수가 엿보인다.
유현주 비평가는 “한국화는 60년대 이후 재료와 조형의 실험 등 현대성 문제에 빠져 지필묵 가치를 구태의연한 것으로 깎아 내리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며 “권경태의 소나무는 광목에 짙게 드리운 한국적 소나무의 진경으로 겸재 정선의 맥을 잇고 있다”고 평했다.
목원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대전·충남미술대전 초대작가와 심사·운영위원을 역임했으며, 모교에서 홍보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7일부터 16일까지 대전 둔산동 ‘갤러리 성’을 찾으면 그의 사상 감정과 상상력을 통하여 내용이 더욱 풍부해진 소나무 그림 속에서 그의 포근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042)486-8152.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우리 민족만의 정감 느껴져 매력적
한국화가 권경태씨가 7일부터 여는 개인전에 전시한 안면도 소나무를 그린 <송-안면도>. 갤러리 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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