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추석을 앞두고 시장을 보러 대전 중앙시장을 찾은 주부들이 시장미술 프로젝트 전시회에 들러 이재우(흰 웃옷입은 이) 운영위원장의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예술무대 차린 대전중앙시장
“어머! 새우젓 집 아줌마네? 제가 저 아줌마 30년 단골이어요.” 시장보고 미술도 보는 시장미술 프로젝트 전시회가 17일 대전 중앙시장 이벤트홀에서 열렸다. 심복순(60·대전 유성)씨는 “선풍기 보관 커버를 사려고 시장에 왔다”며 “모자이크 사진 작품에 아는 이가 있다”며 반가워했다. 이 전시회는 대전 중앙시장 활성화구역 상인회와 지역 중견 작가들이 추석을 앞두고 재래시장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전시 주제는 ‘재래시장’. 참여 작가들은 건어물 가게에서 파는 멸치, 생선가게 고등어, 국수 뭉치, 상품 포장재, 보자기와 시장 사람들 사진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어선의 만선기, 찢어진 청바지 무늬, 모자이크 사진 등 작품은 시장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았다. 시장 소재 전시회 열어…전시장은 사랑방으로
소통 위한 재래시장 되살리기…환경 개선도
시장미술 프로젝트는 2004년 가을 이재우(51·횟집 운영, 서양화 전공) 운영위원장과 상인들이 ‘예전처럼 시장이 소통의 중심이 될 수 없는지’ 고민하면서 비롯됐다. 이재우 위원장은 “땅거미가 지고 인적이 끊긴 시장 골목을 보고 있으면 ‘울컥’ 서글픔 같은 게 치밀더라”며 “골목에 광목천을 걸어 스크린 삼고, 영화를 보며 토론했다”고 회고했다. 상인들은 시장을 살리려면 △환경 개선 △정직한 거래 △시장문화 창출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뒤 자치단체에 요청해 환경 개선을 시작했다. 3년여 동안 시장 입구에 상징물을 세우고 비가림막을 설치했다. 시장 골목을 청소하고 가판대를 줄이는 한편 원산지를 속이지 않고 물건 값도 도매가로 책정했다. 전시회가 열린 전시장은 423㎡ 규모로, 대전 동구가 3억5천만원을 들여 옛 은행건물을 리모델링했으며 연극, 공연, 전시, 상인 교육, 상품 전시회가 가능하도록 꾸며졌다. 상인들은 이 곳을 예의 차릴 것 없이 장바구니, 비닐봉지를 들고 오가다 편하게 들르는 사랑방으로 만들 작정이다. 방석을 사러나왔다는 김용임(61)씨는 “국수 뭉치에 입을 새긴 작품이 너무 재미있다”며 “어릴 때 국수 삶기 전 면을 밀고 빼면서 장난치던 생각이 난다”고 했다. “시장에 오면 아는 상인들과 눈 인사하고 안부 묻고 그런 재미가 쏠쏠하죠. 또 물건값 깎아주고 덤을 주는 정이 있어 좋아요.” 전군자(64)씨는 “시장에서는 친구들과 만날 장소가 마땅치 않았는데 앞으론 전시장에서 만나 함께 시장보면 ‘딱’이겠다”며 전시장을 둘러 봤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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