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 지척 한센인 외면 상처줘”…정기 자원봉사하기로
“91년 만에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린 것이지요.”
전남 고흥군 도양읍 녹동항과 소록도의 거리는 500m. 하지만 소록도에 사는 한센인 김정행(68·원생자치회장)씨는 손닿을 듯한 녹동항이 항상 멀게 느껴졌다. 육지에 발을 디딜 때마다 느꼈던 ‘싸늘한’ 시선이 가슴에 멍울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최근 국립소록도병원과 고흥군의 ‘자원봉사학교 위탁운영 협약식’에 참석해 그 동안의 서운함을 말끔이 털어버렸다.
지난 14일 국립소록도병원에서 열린 행사엔 고흥지역 22개 자원봉사단체 대표와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협약식은 박병종 고흥군수가 “소록도와 가장 가까운 곳부터 한센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자”며 주민들에게 자원봉사를 제안해 성사됐다. 실제로 해마다 소록도를 찾는 자원봉사자 5만여명 가운데 고흥군 주민들은 5%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국립소록도병원 박형철 원장은 “1916년 소록도에 병원이 개원된 뒤 처음으로 고흥 주민들과 한센인이 마음을 트는 장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립소록도병원은 고흥지역 22개 자원봉사단체를 차례로 초청해 체계적인 자원봉사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고흥의 자원봉사자 1400여명은 앞으로 3~5월과 9~11월 일정을 나눠 소록도를 찾을 계획이다. ‘소록도 자원봉사의 비수기’를 선택해 이발과 미용, 청소하기, 대화 나누기 등의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서다.
송영남(51·미용사협회 고흥군지부장)씨는 “미용사 35명이 두달에 한 차례씩 한센인들에게 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며 “퍼머·염색 등 머리 손질 서비스를 다양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록도 7개 마을에 사는 644명의 한센인들은 “고맙고 감사한 일”이라며 반겼다. 이들은 특히 내년 6월 고흥반도와 소록도를 연결하는 연륙교(소록대교) 개통을 앞두고, “고흥 주민들과 ‘마음의 다리’가 놓여 더욱 기쁘다”고 흐뭇해 했다. 80년대 소록도에 첫발을 디뎠던 한센인 강창석(55·공원관리관장)씨는 “정부의 한센인 강제 격리 정책을 가까이서 지켜보았던 고흥 주민들은 되레 한센병을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흥 주민들이 자원봉사에 적극 나서는 것은 마음의 벽이 무너지는 신호”라고 말했다.
고흥/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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