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2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무등산 입석대 일대는 뛰어난 암석미와 완만한 진입로 덕분에 탐방의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사진 광주시 제공
[지금 이곳은] 광주 무등산
광주시 “관광객 유치” 불쑥 제안…내년 결정
환경단체 “접근로 경사 완만해 불필요” 반발 군부대 이전과 공유화 운동이 이어지면서 환경보전의 본보기로 떠올랐던 광주 무등산이 난 데 없는 케이블카 설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7일 단풍이 곱게 물든 무등산 장불재. 서늘한 가을 바람을 타고 은빛으로 일렁이는 억새밭을 찾았던 탐방객들은 사이좋게 김밥을 나눠먹다 말고 한바탕 입씨름을 벌였다. 토요일마다 산을 찾는 김남수(41)씨는 “무등산에 케이블카는 절대 안 될 말”이라며 “흉물인 철탑과 선로가 경관과 환경을 훼손할 것이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행인 유만근(40)씨는 “가족과 함께 편하게 자주 오르고 싶다”며 “노약자도 단시간에 올라 서석대·입석대를 보면 좋지 않으냐”고 맞섰다. 이런 산상 논란은 지난 6월 박광태 광주시장이 불쑥 케이블카 설치를 제안하면서 비롯됐다. 그는 무등산 일부를 관할하는 구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무등산 경관을 두루 볼 수 있도록 케이블카 설치를 검토하겠다”며 “광주에서 반대가 심하면 화순 쪽에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 보겠다”고 논란에 불을 댕겼다. 광주시의회 송재선 의원도 “광주의 명소인 무등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관광객을 끌어 모아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광주지역의 시민단체도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찬반 성명을 발표하는 등 논란에 뛰어들었다. 보수 쪽인 방철호 광주시민사회단체총연합 대표회장은 “지정 등산로 15곳으로 드나드는 탐방객이 환경훼손의 요인이니 케이블카를 놓아 보전하자”며 “정상까지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쪽인 임낙평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의장은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것이 뻔하다”며 “공원관리계획에 들어있지도 않은 케이블카를 멋대로 설치한다면 저지운동에 나서겠다”고 반박했다. 특히 23년 동안 무등산 보전운동에 공을 들여왔던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와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반발이 거세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는 “막개발을 막는 공유화운동을 펼쳐온 무등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접근로가 많고 경사조차 완만한 무등산에는 케이블카가 필요없다”고 못박았다. 반면 관광진흥 차원에서 접근 중인 광주시는 내년에 무등산권 보전과 이용에 관한 종합계획을 만들면서 케이블카를 설치할지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에 케이블카가 있는 곳은 설악산, 내장산, 금오산, 두륜산, 대둔산, 덕유산 등 10여곳이고 이 가운데 설악산 권금성을 빼고는 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치논란이 벌어진 지역은 강원 양양, 경남 산청, 전남 구례, 울산 울주 등지 10여곳이고, 논란이 치열했던 제주도는 2005년 30년만에 한라산 케이블카 포기로 마침표를 찍었다. ■ 무등산은? = 광주도심에서 15㎞ 정도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서석대·입석대 등 주상절리대의 풍광이 뛰어나다. 1972년 5월부터 광주·화순·담양 등 시·군 3곳에 걸친 산자락 115.7㎢ 중 30.2㎢를 도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한해 탐방객은 1000만명에 이른다. 1966년 군사시설이 들어서 정상 부근의 입산이 통제되면서 접근할 수 없는 금단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당시 군사정부의 서슬퍼런 탄압은 무등산을 그저 바라보는 산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에 대한 반발로 일부 운동권 인사들이 70년대 중반부터 해맞이를 한다며 중턱인 중머리재에 올라 유신독재를 비판하고, 민주화를 다짐하기도 했다. 80년 5·18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는 ‘무등산=광주’라는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민주세력의 역량이 점차로 성장하면서 단계적으로 개방되기에 이르렀다. 군사시설의 보안유지를 한다며 막혔던 장불재~규봉암은 85년, 서석대·입석대는 90년에 차례로 개방됐다. 다만 높이 1187m의 정상에 있는 천왕봉·지왕봉·인왕봉은 41년 동안 이어진 금족령이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다. 완전 개방을 바라는 광주시민의 건의가 잇따르자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월 “무등산 정상 복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나, 국방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진전이 없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환경단체 “접근로 경사 완만해 불필요” 반발 군부대 이전과 공유화 운동이 이어지면서 환경보전의 본보기로 떠올랐던 광주 무등산이 난 데 없는 케이블카 설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7일 단풍이 곱게 물든 무등산 장불재. 서늘한 가을 바람을 타고 은빛으로 일렁이는 억새밭을 찾았던 탐방객들은 사이좋게 김밥을 나눠먹다 말고 한바탕 입씨름을 벌였다. 토요일마다 산을 찾는 김남수(41)씨는 “무등산에 케이블카는 절대 안 될 말”이라며 “흉물인 철탑과 선로가 경관과 환경을 훼손할 것이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행인 유만근(40)씨는 “가족과 함께 편하게 자주 오르고 싶다”며 “노약자도 단시간에 올라 서석대·입석대를 보면 좋지 않으냐”고 맞섰다. 이런 산상 논란은 지난 6월 박광태 광주시장이 불쑥 케이블카 설치를 제안하면서 비롯됐다. 그는 무등산 일부를 관할하는 구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무등산 경관을 두루 볼 수 있도록 케이블카 설치를 검토하겠다”며 “광주에서 반대가 심하면 화순 쪽에 설치하는 것도 생각해 보겠다”고 논란에 불을 댕겼다. 광주시의회 송재선 의원도 “광주의 명소인 무등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해 관광객을 끌어 모아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다. 광주지역의 시민단체도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찬반 성명을 발표하는 등 논란에 뛰어들었다. 보수 쪽인 방철호 광주시민사회단체총연합 대표회장은 “지정 등산로 15곳으로 드나드는 탐방객이 환경훼손의 요인이니 케이블카를 놓아 보전하자”며 “정상까지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 쪽인 임낙평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공동의장은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것이 뻔하다”며 “공원관리계획에 들어있지도 않은 케이블카를 멋대로 설치한다면 저지운동에 나서겠다”고 반박했다. 특히 23년 동안 무등산 보전운동에 공을 들여왔던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와 광주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반발이 거세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는 “막개발을 막는 공유화운동을 펼쳐온 무등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접근로가 많고 경사조차 완만한 무등산에는 케이블카가 필요없다”고 못박았다. 반면 관광진흥 차원에서 접근 중인 광주시는 내년에 무등산권 보전과 이용에 관한 종합계획을 만들면서 케이블카를 설치할지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에 케이블카가 있는 곳은 설악산, 내장산, 금오산, 두륜산, 대둔산, 덕유산 등 10여곳이고 이 가운데 설악산 권금성을 빼고는 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설치논란이 벌어진 지역은 강원 양양, 경남 산청, 전남 구례, 울산 울주 등지 10여곳이고, 논란이 치열했던 제주도는 2005년 30년만에 한라산 케이블카 포기로 마침표를 찍었다. ■ 무등산은? = 광주도심에서 15㎞ 정도 떨어진 가까운 거리에 있는데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서석대·입석대 등 주상절리대의 풍광이 뛰어나다. 1972년 5월부터 광주·화순·담양 등 시·군 3곳에 걸친 산자락 115.7㎢ 중 30.2㎢를 도립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한해 탐방객은 1000만명에 이른다. 1966년 군사시설이 들어서 정상 부근의 입산이 통제되면서 접근할 수 없는 금단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당시 군사정부의 서슬퍼런 탄압은 무등산을 그저 바라보는 산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에 대한 반발로 일부 운동권 인사들이 70년대 중반부터 해맞이를 한다며 중턱인 중머리재에 올라 유신독재를 비판하고, 민주화를 다짐하기도 했다. 80년 5·18민주화운동을 거치면서는 ‘무등산=광주’라는 상징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민주세력의 역량이 점차로 성장하면서 단계적으로 개방되기에 이르렀다. 군사시설의 보안유지를 한다며 막혔던 장불재~규봉암은 85년, 서석대·입석대는 90년에 차례로 개방됐다. 다만 높이 1187m의 정상에 있는 천왕봉·지왕봉·인왕봉은 41년 동안 이어진 금족령이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다. 완전 개방을 바라는 광주시민의 건의가 잇따르자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5월 “무등산 정상 복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나, 국방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진전이 없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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