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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기관실에 화장실 없어 비닐·우유팩으로 해결”

등록 2007-12-10 21:46

달리는 전철서 용변 보던 승무원 추락해 사망
지난 9일 일어난 서울메트로 승무원 김아무개(39)씨 사망 사고는 생리문제조차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지하철 노동자의 고달픈 업무여건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김씨는 이날 오후 2시께 달리던 전동차에서 선로에 떨어져 뒤따라오던 전동차에 치여 숨졌다. 김씨는 지하철 2호선 용두역에서 신설동 역으로 향하는 전동차에서 바깥으로 용변을 보던 중 선로에 떨어져 이런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씨 동료들은 김씨가 탄 전동차 곳곳에 대변이 묻어 있었다고 밝혔다.

4~6시간 꼬박 운행 생리욕구 해결책 막막
‘1인승무’ 노선 더 열악…사쪽 “우선순위 아냐”

■ ‘필수품’ 신문지와 비닐봉지=1호선 승무원 박아무개씨는 “성북~수원까지 가면서 4시간을 꼬박 화장실도 못 간 채 운행한다”며 “기본적인 생리 욕구를 해결 못하니까 신문지와 비닐봉지를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닌다”고 말했다. 급한 볼 일이 생기면 신문지를 깔고 해결한 뒤 비닐봉지에 담아 밖으로 버린다는 것이다. 소변 역시 달리는 전동차 문을 열어 밖으로 하거나 들고 온 우유팩 등에 해결한다.

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5~8호선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4~6시간 동안 운행을 하는데도 2명이 타는 서울메트로와 달리 승무원은 달랑 1명만 타야 해 생리문제는 더욱 해결하기 어렵다. 이병근 노조 승무지부장은 “식사 시간이 불규칙해 위장 장애를 겪는 분이 많은데 생리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노조는 10일 “간이화장실조차 없는 기관실이 승무원의 사망사고를 불렀다”며 “기관실 안에 간이화장실을 즉시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 병가도 어려워=숨진 김씨는 평소 당뇨를 앓아 지난 7월부터 3달 동안 병가를 냈다. 다시 복귀했지만 몸은 완전히 회복된 상태는 아니라고 동료들은 전했다. 이런데도 승무원들은 쉽게 병가를 내지 못한다. 김씨와 함께 일한 정아무개씨는 “최근 회사에서 ‘병가를 가능한 못쓰게 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도시철도공사 이병근 지부장도 “승무원들이 생리문제와 불규칙한 식사 등으로 만성 질병에 시달리는데도 회사 쪽이 비용 문제로 병가를 못쓰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춘자 서울메트로 홍보팀장은 “(김씨 사고와 관련해) 아직 경찰의 수사결과를 두고 볼 일”이라면서도 “승무원 간이화장실은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 들어 아직 우선 순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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