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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기름 유출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11일 지각’ 대산항 품으로

등록 2007-12-18 21:19

‘환경재앙’ 진원서 유류하역시설로 ‘이동’
‘촤르르르~.’

허베이 스피리트호는 지난 6일 저녁 7시36분, 충남 태안반도 신도 남서방 5마일 해상에 멈춘 뒤 수심 63m 심해에 닻을 내렸다. 이 배는 11월16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원유 26만㎘를 싣고 출항해 7일 오후 2시 대산항 현대오일뱅크 해상유류하역시설에 접안할 예정이었다.

‘자정을 넘겨 초속 35노트의 강풍이 불고 3m의 파도가 몰아쳤다. 새벽 6시30분 삼성중공업 소속 예인선단이 접근해 왔다. 무선 교신을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었다. (중략) 갑자기 골리앗 크레인을 실은 부선 삼성 1호가 ‘휘청’하며 유조선 뱃머리를 향해 다가왔다. 무선으로 예인선단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후략)’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한국언론에 보낸 전문 중>

오전 7시. ‘쿵’ 첫 충돌소리가 유조선을 뒤흔들었다. 이어 6차례 충격이 이어지더니 거대한 크레인이 기우뚱하게 흔들리며 브리지를 스쳐 지나갔다. 레이더와 통신시설이 부서졌다.

태안바다를 검게 물들인 원유 유출사고의 시작이었다. 유조선 왼쪽 선체는 어뢰에 맞은 듯 구멍이 뚫렸고 ‘콸콸’원유가 쏟아졌다. 모래주머니를 오른쪽으로 옮기고 배를 기울여 6800t의 유출은 막았지만 이틀 뒤 1번 탱크에 쐐기를 박기까지 8만4천배럴(1만2천t)이 빠져나갔다.

이곳은 뱃사람들이 안전을 기원하며 ‘마애불상’을 세울 정도로 예부터 조류가 센 곳, 유출된 원유는 빠른 조류를 타고 잉크가 번지듯 수려한 태안해안국립공원을 덮쳤다. 12시간 만에 모항~학암포 40㎞(해안선 기준으로는 150㎞)는 기름범벅이 됐고 바다는 수천 미터에 달하는 기름띠들로 멍들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방제에 힘을 쏟는 사이 유조선에서는 해상구난전문가인 알파잠수부들이 선체에 달라붙어 타공(뚫린 구멍을 막는)작업에 나섰으나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예정일을 5일이나 넘겨야 했다.

18일 오전 11시,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유조선은 기울어진 배를 바로 세우고 악몽의 바다를 떠나 대산항으로 뒤늦은 항해를 시작했다.


태안/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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