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대전 중구 즐거운 학교 장애학생들이 글꽃초교에서 열린 연극수업 시간에 엉덩이로 인사하기를 따라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대전 장애 초·중생들 ‘함께 하는 즐거운 학교’서
연극통해 ‘사회화’…체험놀이 풍성 ‘방학이 짧아’
연극통해 ‘사회화’…체험놀이 풍성 ‘방학이 짧아’
“연극은 약속이어요. 저 물통을 상어라고 이름 붙여줍시다. 상어에게 인사할까요?”
10일 오후 대전 글꽃초등학교 학습지원실, 아이들은 물통에 손 흔들고 손나발을 만들어 “안녕 상어야!”를 외쳤다.
아이들은 대전 중구지역 장애 초·중등 학생들로, 7일부터 25일까지 3주 과정으로 열린 ‘함께 하는 즐거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다.
문화동 글꽃초교에서 열린 중구 즐거운 학교에는 장애 학생 20여명이 등록하는 등 대전 5개 구, 5개 즐거운 학교에 모두 110여명이 다니고 있다.
즐거운 학교는 방학 동안 집안에서 방치되기 쉬운 장애 학생들이 교육과 훈련을 받게 하려고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시행됐다. 학부모에게는 보호 부담을 덜어줘 직장에 다니거나 안정적인 가정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목적도 있다.
‘상어가 무섭다고?’ 상어는 또래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지만 이들에게는 새로 사귄 예쁜 친구다.
아이들은 이어 유치벽(극단 빈들 대표)씨가 양말과 옷 색깔, 생김새 등을 말하면 누구인지 찾아내는 놀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의 특징을 발견하고 친밀감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 수업은 연극의 기본 전제인 ‘약속’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나를 찾고, 남을 알게 해 서로 배려하는 사회성을 길러준다.
이 학교는 월~금요일 오전 9시30~오후 2시30분까지 4교시 수업을 한다. 오전에는 읽기 등 학습 지도를, 오후에는 연극과 국악 등 체험놀이로 짜여 있다. 매주 수요일은 공연장과 체육시설을 방문해 인형극, 영화를 보거나 수영, 시티투어를 한다.
교사진은 특수교육을 전공한 학부, 대학원생 및 학부모, 예술가들이 맡았다.
즐거운 학교는 지역 장애인 부모들 모임인 ‘함께 하는 대전장애인부모연대’ 등이 오랜 기간 투쟁한 끝에 대전시에서 예산을 마련해 결실을 보았다.
학부모들은 방학이 되면 아이들이 밖에 나올 기회가 거의 없어 안타까웠는데 즐거운 학교를 계기로 아이들이 집 밖에 나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흐뭇해했다.
학부모 김미영(40)씨는 “처음이긴 하지만 교육청이 장소만 지원할 뿐 시설 사용 비용 및 기물파손, 안전사고, 등하교 교통 문제 등은 학부모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며 교육청이 즐거운 학교 운영에 적극 나서 주길 바랐다.
“다음 학기에는 장애와 연령별로 반을 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업을 해 더 즐거운 학교를 열겠습니다.” 중구 즐거운 학교 운영을 맡은 권회연(공주대 발달장애지원센터)씨의 약속이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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