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고의 여파로 지난 18일부터 ‘새조개 축제’가 열리는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에서는 고객의 발걸음 대신 축제를 알리는 깃발만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홍성/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해 ‘새조개 축제’…판 벌였지만 발길은 뜸
영광 굴비·여수 굴까지 불똥 “먹어도 괜찮냐”
영광 굴비·여수 굴까지 불똥 “먹어도 괜찮냐”
충남 태안반도 원유유출 사고가 난 지 40여일이 지났다. 온 국민이 방제작업에 나서면서 해안가의 검은 기름은 많이 걷혔지만 이 여파로 서남해안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줄었다. 태안 인근인 충남 홍성은 물론 전남 영광·무안을 거쳐 여수까지 원유 유출의 후폭풍이 불고 있다.
20일 안면도 들머리인 홍성군 서부면 남당리에는 ‘새조개 축제’를 알리는 펼침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이 동네는 서해 고급 어종의 자연 산란지인 천수만 북쪽에 있어 봄에는 주꾸미, 여름에는 활어, 늦가을에는 대하, 겨울에는 새조개 등 먹거리가 풍성해 연중 식도락가들이 몰리던 곳이다.
이날 마을 어귀에서 만난 조민숙(53·ㅇ횟집)씨는 젊은 연인 한쌍을 식당 안으로 맞아들이며 “비싼 새조개지만 귀한 손님들이 왔으니 듬뿍 줘야지”하며 접시에 한 움큼 덤을 얹어 주었다. 그 손길에는 뜸해진 손님을 한 사람이라도 더 잡으려는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주민들은 지난달 7일 태안에서 사고가 터지면서 피해를 입은 이웃들이 한숨짓는 걸 보고 다음날 열 예정이던 대하축제를 연기했다. 이어 주민들은 밤낮을 잊은 방제작업으로 천수만을 지켜냈다. 하지만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자 연말에 열 예정이던 새조개축제 개막도 연기했다
좌절감에 빠졌던 주민들은 이곳에 여전히 싱싱한 먹거리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리기로 하고 지난 18일 새조개축제를 열었다. 축제기간도 주꾸미가 나오는 5월까지 넉넉하게 늘려 잡았다. 새조개 잡기와 목걸이 만들기 등 즐길거리도 준비했다. 어렵게 개막을 했지만 주민들의 표정에서는 여유 대신 긴장이 느껴졌다.
신건식 축제위원장은 “기름사고 이후 서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먹거리 축제”라며 “관광 서해의 명성이 이어지느냐, 끊기느냐를 가늠하는 행사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발걸음은 주말에도 뜸해 주민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실제로 안면도 휴양림 입장객 수는 지난해 12월 8233명으로 2006년 12월에 비해 62% 감소하고, 금년 들어 이달 15일까지 1887명에 그쳐 지난해에 비해 73% 줄었다. 안면도 오션캐슬의 매출액도 지난해 12월 5억7천만원으로 2006년 12월에 비해 43% 감소한 데 이어 이달에는 지난해보다 55% 줄었다.
해수욕장과 서핑장소로 유명한 전남 무안군 홀통유원지 부근의 주민들도 손님을 기다리다 지친 듯 볼멘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중앙횟집 주인 김생심(53)씨는 “날이면 날마다 텔레비전이 저렇게 때려쌌는디 누군들 오고 싶것소”라며 “지난달 말 전남 해안에 타르덩어리가 나타나자 약속이나 한듯이 손님의 발길이 끊겨버렸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유원지 주변에 옹기종기 자리잡은 횟집 주인들도 “누가 들여다봐야 싸게 팔든지 말든지 하지”라며 혀를 찼다.
이렇게 기름을 뒤집어쓴 연안 모습이 자꾸 언론을 타면서 각종 수산물의 소비 위축과 가격하락 등 간접 피해도 서해안에서 남해안으로 번지고 있다. 굴비집 400여곳이 몰려 있는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도 판매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법성참굴비를 경영하는 부재철(36)씨는 “‘먹어도 괜찮으냐’라고 묻는 전화문의가 몇몇 업체에 걸려 왔다”며 “근해 어종인 조기와 타르는 아무런 영향이 없지만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설 택배 선물의 주문이 줄어들까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서해 연안에서 100㎞ 이상 떨어진 남해안 여수지역에도 간접 피해의 여파가 밀려들었다. 여수지역의 양식 활어값은 지난달 중순에 견주어 10~20% 내렸다. 1㎏당 활어값은 한달 만에 감성돔이 2만원에서 1만6000원, 농어·도미·광어가 1만1000원에서 9000원, 우럭은 1600원에서 1300원대로 내려앉았다. 주성(46) 여수수협 위판장은 “값도 떨어지고 하루 평균 위판량도 지난달 중순 3500만원대에서 2500만원대로 30% 이상 줄었다”며 “계절적으로 비수기인데다 타르 유입의 영향이 겹친 탓”이라고 설명했다. 겨울 별미인 굴값도 지난해 같은 기간 1㎏당 4000원에서 2500원으로 떨어졌다. 청정해역인 여수 가막만에서 굴 15㏊를 양식하는 이길용(51·세일수산 대표)씨는 “시프린스호 사고 때보다 국민의 건강의식이 높아져 후폭풍이 훨씬 심하다”며 “내년 굴양식을 위해 수확을 하지 않을 수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작업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여수굴수협도 미국에도 검사 없이 수출할 정도로 인정을 받은 청정상품을 오히려 국내에서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상국립공원인 오동도에서 500m 떨어진 여수시 수정동 엑스포횟집 정준오(31)씨도 “한달 전에는 적어도 하루 10여팀은 찾았지만 관광객도 줄고 회도 꺼려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예상못한 불황이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는 게 더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홍성 여수/송인걸 안관옥 기자 igsong@hani.co.kr
이렇게 기름을 뒤집어쓴 연안 모습이 자꾸 언론을 타면서 각종 수산물의 소비 위축과 가격하락 등 간접 피해도 서해안에서 남해안으로 번지고 있다. 굴비집 400여곳이 몰려 있는 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도 판매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법성참굴비를 경영하는 부재철(36)씨는 “‘먹어도 괜찮으냐’라고 묻는 전화문의가 몇몇 업체에 걸려 왔다”며 “근해 어종인 조기와 타르는 아무런 영향이 없지만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설 택배 선물의 주문이 줄어들까봐 걱정”이라고 전했다. 서해 연안에서 100㎞ 이상 떨어진 남해안 여수지역에도 간접 피해의 여파가 밀려들었다. 여수지역의 양식 활어값은 지난달 중순에 견주어 10~20% 내렸다. 1㎏당 활어값은 한달 만에 감성돔이 2만원에서 1만6000원, 농어·도미·광어가 1만1000원에서 9000원, 우럭은 1600원에서 1300원대로 내려앉았다. 주성(46) 여수수협 위판장은 “값도 떨어지고 하루 평균 위판량도 지난달 중순 3500만원대에서 2500만원대로 30% 이상 줄었다”며 “계절적으로 비수기인데다 타르 유입의 영향이 겹친 탓”이라고 설명했다. 겨울 별미인 굴값도 지난해 같은 기간 1㎏당 4000원에서 2500원으로 떨어졌다. 청정해역인 여수 가막만에서 굴 15㏊를 양식하는 이길용(51·세일수산 대표)씨는 “시프린스호 사고 때보다 국민의 건강의식이 높아져 후폭풍이 훨씬 심하다”며 “내년 굴양식을 위해 수확을 하지 않을 수도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작업을 한다”고 하소연했다. 여수굴수협도 미국에도 검사 없이 수출할 정도로 인정을 받은 청정상품을 오히려 국내에서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상국립공원인 오동도에서 500m 떨어진 여수시 수정동 엑스포횟집 정준오(31)씨도 “한달 전에는 적어도 하루 10여팀은 찾았지만 관광객도 줄고 회도 꺼려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예상못한 불황이 언제 풀릴지 기약이 없는 게 더 걱정”이라고 한숨지었다. 홍성 여수/송인걸 안관옥 기자 ig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