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라도닷컴 “새봄 5천명 후원자 꿈꿔요”
남도 풍물·정서 담은 월간지, 경영난 존폐기로
“고것도 못지키면 전라도간디” 시민 성원 줄이어
“고것도 못지키면 전라도간디” 시민 성원 줄이어
“허, 고것도 못 지키면 전라도가 전라도 간디?”
30일 저녁 광주시 북구 일곡동 문화사랑방 ‘그날’. 창문 밖으로 따스한 불빛이 흐르고, 도란도란 나누는 정담과 웃음도 잇따라 새나왔다. 찻집인 사랑방은 평소와 달리 다탁과 의자를 줄지어 배치한 교실처럼 바뀌어 있었다.
전라도의 사람·자연·문화를 전하는 월간지 <전라도닷컴>이 마련한 문화마당에서 강사 김경수(50·교사)씨는 ‘풍수로 본 광주땅 이야기’를 주제로 한 시간쯤 얘기를 풀어가더니 마이크가 불편한 듯 아예 맨목소리로 나섰다. 앞쪽 화면에는 지도·사진·그림 수십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났고, 예스런 땅이름을 쉴 새 없이 설명하던 그의 동작도 어느덧 커지기 시작했다.
청중 50여명 가운데 일부는 자리가 부족해 뒤쪽에 선 채로 귀를 기울였다. 몇몇은 노트북 컴퓨터나 디지털 카메라로 장면을 기록하느라 바쁘고, 대개는 김밥이나 팥떡을 나누며 ‘동네 내력’을 한가롭게 들었다. 두 시간이 지나자 “수백만년 땅이야기를 어떻게 하룻밤에 마칠 수 있느냐”며 말을 접었다. 이어 저녁으로 준비한 떡국이 돌 때쯤 50대 2명이 황망히 들어섰다. 이들은 “공부를 하려고 바삐 오다 교통사고를 당해 처리하느라 늦었다”며 강좌를 놓친 걸 연신 아쉬워했다. 이런 아쉬움으로 재개된 사랑방 이야기는 다음날 새벽 3시까지 인근 주막으로 두어 차례 자리를 옮겨가며 하염없이 이어졌다.
광주지역에선 요즘 전라도의 힘으로 <전라도닷컴>을 지키자는 문화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라도닷컴>이 후원기업 빅마트의 경영난으로 발행중단의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교사 학생 화가 작가 등 <전라도닷컴>을 아끼는 독자들이 앞다퉈 구독권유, 후원모집, 광고게재, 그림전시 등으로 기자 6명의 홀로서기에 힘을 보탰다.
연말에 이뤄진 응원의 밤 이후 두달 동안 450여명이 다달이 3천원, 5천원, 1만원 등을 자동이체하겠다며 후원자로 나섰다. 전국의 독자 3600여명도 자발적인 구독권유를 시작했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대표는 “작은 힘들을 모아 이런 잡지 하나는 살려보자”며 간사들이 모은 84만원을 보탰다. 서울 독자 최영록(51)씨는 불쑥 찾아와 점심을 사고 50부를 확장하겠다며 등을 다독였다. 박문종·한희원·송필용·박태규 등 화가 36명은 2월14~20일에는 광주 롯데화랑에서 전라도전을 열어 기금을 마련한다. 이 덕분에 지난해 12월호를 쉬고 1월호부터 다시 발행에 나선 <전라도닷컴>도 다달이 문화마당을 열어 독자들의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기로 했다.
황풍년 편집장은 “<전라도닷컴>은 다달이 먼 고향의 풍경과 냄새를 전하는 편지”라며 “새봄에 후원자가 5000명으로 불어나 돈걱정이 저절로 풀리는 멋진 꿈을 꾼다”고 말했다.
독자 최종욱씨는 “전라도에 이렇게 섬세하고 아름다운 잡지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수조원을 들여 문화수도를 만든다는 도시에서 이런 잡지 하나 이어가지 못해서야 되겠느냐”고 지킴이로 나선 이유를 들었다.
<전라도닷컴>(jeonlado.com)은 2000년 10월 웹진으로 출발해 2002년 2월 월간지를 선보였다. 전라도 고샅 무명씨들의 소리와 바람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전라도 지리지다. 여태껏 80여쪽 분량의 잡지 71호를 냈고, 단행본 7권도 출판하며 전라도 문화의 지평을 넓혀왔다. (062)654-9085, 농협 599-01-013017.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전라도닷컴>(jeonlado.com)은 2000년 10월 웹진으로 출발해 2002년 2월 월간지를 선보였다. 전라도 고샅 무명씨들의 소리와 바람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전라도 지리지다. 여태껏 80여쪽 분량의 잡지 71호를 냈고, 단행본 7권도 출판하며 전라도 문화의 지평을 넓혀왔다. (062)654-9085, 농협 599-01-013017.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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