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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그림경매 빠져보면 남도 ‘예술혼’도 흠뻑

등록 2008-02-01 19:49

전남 진도군 의신면 운림산방에서 열린 지난달 26일의 제77회 남도예술은행 토요경매에서 서선숙(오른쪽)씨가 한국화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전남 진도군 의신면 운림산방에서 열린 지난달 26일의 제77회 남도예술은행 토요경매에서 서선숙(오른쪽)씨가 한국화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진도 운림산방 토요경매 현장
시작가부터 2만원씩 올려 경매
경쟁 없을 땐 반값 구입도 가능
심사위원 10명 위촉 작품 엄선
작가도 직접 나서 대중과 소통

지난달 26일 오전 11시 전남 진도군 의신면 사천리 운림산방 안 역사관에서 그림 경매가 시작됐다. 전남도가 주관하는 제77회 남도예술은행 토요경매엔 관광객과 작가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곳에선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면 어김없이 경매가 시작된다.

전남도 문화예술과 서선숙(31·오른쪽)씨가 경매에 나온 작품의 선정 방식부터 설명했다. 전남도 남도예술은행은 1년에 두차례 전문가와 작가 등 심사위원 10명을 위촉해 작품들을 엄선해 구입한다. 작가들은 시중 화랑에 판매하는 값보다 30~50% 정도 싼 값에 내놓는다. 남도예술은행은 2005년 10월 설립 이후 지금까지 124명의 작가들한테서 1383점(3억7천만원 어치)의 그림을 구입했다.

이날 경매에 나온 작품은 한국화·서예·문인화 등 36점이었다. 경매 방식은 시작가부터 출발해 2만원씩 올라간다. 경쟁자가 없어 첫번에 낙찰받으면 시중 판매가의 50~70% 수준에서 구입할 수 있다. 미술교사 출신인 서씨가 대부분 작품 내용을 이야기하지만, 작가가 직접 나와 대중을 만나기도 했다. 첫번째 경매로 나온 <허튼소래-장생3>은 ‘십장생도를 현대화해 조형성과 이미지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작가 곽창주씨는 “항상 전통을 계승하는 것은 무엇일까하는 고민을 하며 그린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곽씨의 작품은 경매를 시작하자마자 50대 남성이 손을 들어 경쟁자 없이 낙찰됐다. 작품이 낙찰될 때마다 징을 울려 축하했다.

이날 낙찰된 8점 가운데 박득규 작가의 작품 <인동초>를 두고 5차례나 시소 경쟁이 벌어졌다. 서씨는 “정가는 63만원인데, 시작가는 19만원에 올리겠습니다. 낙찰 원하시는 분 계시면 손들어 주세요”라며 고객들을 둘러 보았다. 그는 경매장 뒷쪽의 여성 1명이 손을 들자, “19만원 나왔습니다. 21만원 계십니까”하고 물었고, 앞줄 40대 남성 1명이 손을 들었다. 몇차례 시소끝에 결국 경매가 끝나자 역시 징이 울렸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뒤 목포에서 작업활동을 하고 있는 박씨는 “경매는 대중과 소통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며, 작품 활동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이날 경매에서 그림을 산 전재형(50·자영업·광주시 남구 봉선동)씨는 “이곳에서 그림을 구입해 주변에 선물했더니 참 좋아하더라”며 “평소에 직접 만나기 힘든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아 가족들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자녀들의 겨울방학을 맞아 진도로 여행을 온 박은영(45·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씨도 “말로나 듣고 텔레비전에서나 보았던 그림 경매를 직접 보니 재미있다”며 “그림 경매 시장을 직접 체험한 것으로도 진도로 여행온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도예술은행은 전업 화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미술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설립됐다. 자치단체가 그림 경매를 시도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특히 운림산방은 조선시대 남종화가의 대가인 소치 허련(1808~1893) 선생이 머물던 곳이어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전남도는 전통 남종화의 예술적 맥을 잇기 위해 현대적 마케팅 방법을 접목한 셈이다. 전남도는 2006년 8월12일 운림산방에서 첫 경매를 시작해 지금까지 220점(7500만원)을 판매했다. 전남도는 내년에 운림산방 주변에 300억여원을 들여 남도예술은행 전용 전시장과 경매장을 지어 한국화 경매 대중화에 더욱 힘을 쏟을 계획이다.


진도/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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