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치솟는 사료값에 축산 농가 깊은 시름

등록 2008-03-23 18:36수정 2008-03-23 19:21

최근 곡물값과 사료값이 급격히 올라 전국의 한우·돼지 축산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전남 보성의 한우 축산 농가. 한겨레 자료사진
최근 곡물값과 사료값이 급격히 올라 전국의 한우·돼지 축산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전남 보성의 한우 축산 농가. 한겨레 자료사진
소·돼지 시세 곤두박질…투매·폐업 줄이어
“농민 다 쓰러지기 전에 지원 대책 세워야”
국제 곡물가 급등으로 사료값이 치솟아 축산 농가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한우와 돼지 시세는 적정가를 밑돌아 축산 대란도 우려된다.

■ 돼지=이아무개(40·충북 진천)씨는 지난 1월22일 오전 자신의 돼지 축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는 2001년부터 장미와 돼지를 길렀는데 사료값이 오르자 힘겨워 했다고 진천군청 강상훈씨는 전했다. 이날 현재 돼지 사료는 지난해 6월 8000원하던 1포대(25㎏) 값이 1만2500원으로 40%나 올랐으나, 돼지 시세는 100㎏ 1마리가 19만~22만원으로 적정생산비 25만원을 밑돌고 있다.

이씨처럼 돼지를 키우는 이규성(47·진천군 문백면)씨는 “한달 사료값은 1억7천만원 드는데, 돼지 수익금은 1억2천만원”이라며 “갈 때까지 간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경북 영천의 이아무개(51)씨도 “20년 동안 돼지 키워 빚만 졌다”고 말했다.

새끼돼지 1마리를 9만5천원에 사서 사료값 12만원을 들여 다섯달 동안 기른 뒤 출하해봐야 가격이 20만원 안팎이니 난방·폐수·약품비와 대출이자를 손해보는 셈이다. 1년 사이 사료 대금으로 2억원을 빚졌다. 이웃농가 2곳은 폐업했다.

제주 서귀포시 오아무개(50)씨 역시 “인부들을 내보내고 부부가 하루종일 일하지만 양돈 30년만에 요즘처럼 힘든 때는 없다”며 “축산농민 다 쓰러지기 전에 정부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김동환 대한양돈협회장은 “양돈 농가 대부분이 위기”라며 “정부에 돼지고기 긴급수매와 폐업보상 등 대책을 건의한 상태”라고 밝혔다.

■ 한우=김용옥(50·충북 진천군 이월면 송림리)씨는 “소가 좋아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 위기를 품질로 승부하자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사료값이 폭등하고 출하 시세가 곤두박질치는 데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5600~6300원하던 생후 10~20개월 비육우용 사료(20㎏)가 8400원으로 오르면서 출하 물량이 크게 늘어 한달새 우시장의 고기소 시세는 ㎏당 8천원대에서 7천원대로 떨어졌다. 최근 충남 홍성서 일주일에 한번씩 열리는 우시장에는 150여 마리가 출하돼 평균 80마리를 배 가까이 웃돌았다.

이영권(60) 전남 나주시한우협회 회장도 “한우 생산 적정가는 고기소 값이 ㎏에 8천원선, 사료 1포대에 7천원대를 유지해야 한다”며 “사료값이 오르면서 한우 투매가 이어져 시세 하락이 계속되고 있지만 해결책이 없다”고 고민했다.


지난해 말 140만원대이던 수송아지는 평균 180만원대로 올랐다. 돼지는 사료로만 키우지만 소는 풀이라도 먹일 수 있으니 양돈 농가들이 송아지를 사다 기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소여물을 재배하는 농민도 늘고 있다. 김영자(49·전남 나주시 노안면)씨는 청보리를 계약 재배하고 있으며 심성구(51·충남 홍성군 광천면)씨는 놀리던 땅에 보리와 호밀을 심었다.

■ 대책=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9일 축산농가에 특별 사료구매 자금 1조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1년 대출인 이 자금은 농가당 한우·젖소 1억원, 양돈 2억원까지 농·축협에서 받을 수 있으며 금리는 연 3.0%이다. 경남도는 출산력이 떨어진 어미돼지 1만8200마리 교체에 36억4400만원을 지원하고 1등급을 받은 농가에 마리당 소는 2만3천원, 돼지는 2천원씩 품질개선 장려금을 주고 있다. 또 건초나 짚같은 조사료 생산을 돕기 위해 영농법인 등에 트랙터 40대 구입비 22억4천만원을 지원했다. 경북도도 조사료 재배단지를 1600㏊로 확대하기로 했다.

충북도는 한우 품질이 우수한 농가에 품질인증 상표인 ‘청풍명월’ 사용권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서울 대형 백화점 등에 납품한 소 535마리 가운데 356마리가 1등급을 받아 600㎏ 1마리당 598만원을 받았다.

제주양돈축협 이창림 조합장은 “금융권 자금은 담보 부족으로 그림에 떡인만큼 신용보증재단을 통한 보증을 늘리고 물류비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김창호 사무처장은 “장기적으로 사료용 곡물의 자급자족률을 5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송인걸 기자, 전국종합 igso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