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제주 가파초교 마라분교 마을도서관 개관식에 참석한 1학년 정수현(왼쪽)양과 3학년 이현진군이 행사 내내 선물받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서 도서관 선물 받은 마라분교 전교생 3명
“올해는 친구가 많이 생겨서 좋아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봄이 찾아오는 곳, 국토의 남쪽 끝 제주 마라도에 있는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3학년 이현진군은 지난해 이 학교의 유일한 학생이었다. ‘나홀로 학생’으로 선생님과 단 둘이 지내던 현진군에게 올해 새 친구들이 생겼다. 라해빈·정수현, 1학년 후배가 둘이나 입학한 것이다.
현진군과 마라분교에는 반가운 일이 또 하나 생겼다. 학교에 마을도서관이 들어선 것이다. 바닷바람과 멀리 건너다 보이는 한라산을 친구 삼아온 현진군에게 외로움을 달래줄 3천 권의 책이 교실을 가득 채웠다.
섬과 산간지역의 학교에 마을도서관을 짓거나 책을 모아 보내주는 일을 해온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과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59번 지원학교로 마라분교를 선택해준 덕분이다. 지난 11일 마라분교 앞마당에서는 마라학교 마을도서관을 열고 어린이용과 일반용 책 3000권을 기증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제주도교육청은 ‘책읽는 제주 만들기 범도민운동’도 선언했다. “마라도를 제일 먼저 찾은 봄 기운이 온 나라로 번져나가듯, 마라도에서 시작한 책읽기운동이 제주도를 넘어 온 나라로 확산될 것입니다.”
40여가구 70여명이 사는 마라도에는 마을회관과 종교시설을 빼고, 위성안테나를 통해 시청하는 티브이가 문화생활의 전부이다시피 했다. 지난해 부임한 마라분교 현종환(30) 교사는 “오전에는 수업 때문에 개방을 못하지만, 오후시간에는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어른들이 읽을 책도 많이 구비해놓았다”고 소개했다.
3년째 학생들을 함께 지도해온 보조강사 김은영씨는 “우리 학생들은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는데 그동안 책이 모자라고, 너무 낡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며 시집인 마라도로 이주해온 김씨가 말하는 마라분교 학생들의 뛰어난 독서 비결은 두 가지다. 선생님이 일대일로 가르치다 보니 수업 진도가 빨라 책 읽을 시간이 많다는 것과, 바닷바람이 너무 세서 밖에서 놀지 못하는 날에는 자연스레 책을 읽게 된다는 것이다. 다섯살 때부터 한글을 익혀 책읽기를 좋아한다는 1학년 수현양은 새로 만들어진 서가에서 뽑아든 그림책 <꿀벌나무>를 이날 내내 가슴에 품고 다녔다.
지난 2년반 동안 100여 곳의 마을도서관과 분교에 15만 권의 책을 보내온 네이버는 올해도 마을도서관 20여 곳을 지원할 계획이다.
마라도/글·사진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마라도/글·사진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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