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이 24일 충남 태안 의항에서 방제활동을 펼치고 있다. 태안군 제공
‘고국 나들이’ 사할린 동포 태안서 방제활동
영구 귀국 우정구씨 등 380명 어제 청운대 찾아
대부분 70~80대 거동 힘들지만 자원봉사 ‘선뜻’ “위대한 자원봉사자 대열에 서게 돼 한없이 기쁩니다.” 24일 오전 우정구(73)씨는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청운대에서 방제 자원봉사를 했다. 그는 게닦이를 하는 짬짬이 화창한 하늘과 푸른 바다를 둘러보며 눈물을 훔쳤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사할린에서 영구 귀국한 그는 케이티엔지(KT&G)복지재단이 첫 고국 나들이를 제안하자 사할린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동포 380명과 함께 태안 방제활동을 택했다. 70~80대가 대부분이지만 일제 강점기에 징용당한 아버지를 따라 남의 나라, 낯선 땅에서 호적도 없이 평생을 살아온 이들이기에 내 나라, 내 땅의 아픔을 나누려는 마음은 남달랐다. 방제복을 직접 입고 청운대에 도착한 이들은 사할린이 섬이어서 바닷가에 사는 이들의 생활을 잘 알고 있는 터라 기름 한 덩이라도 더 치우자며 손길을 바삐 움직였다. “사고가 났을 때 적십자회에 자원봉사활동을 신청했는데 춥고, 환경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아 나이든 분들은 힘들다고 해 못 왔습니다.” 서영자(67)씨는 “동포들과 같이 방제활동을 해 더 기쁘다”며 “하루 빨리 물고기들이 돌아와 어민들이 예전처럼 살기 바란다”고 소원했다. 사할린 동포들은 또 “우리는 힘이 모자라 많이 치우지 못하지만 많은 국민이 기름피해 지역을 찾아와 피해 주민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아픔을 보듬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방제활동 확인서를 발급받지 않았다. 아직 호적 정리와 주민등록 발급 등 행정 처리가 끝나지 않아 주민등록증이 없는 이들이 많은 데 따른 것이다. 케이티엔지복지재단 김재홍 이사장은 “사할린 동포들은 꿈에 그리던 모국으로 돌아왔지만 생활고와 외로움, 서툰 한국어 등으로 가벼운 바깥 나들이조차 쉽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고국 첫 나들이 기회를 방제활동으로 맞바꾼 이들의 마음이 피해 주민들에게 시련을 이기는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구 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은 1945년 8월15일 이전에 태어난 이들로, 287세대 578명이 인천 남동구 논현동 주공아파트 등에서 거주하고 있다. 태안/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대부분 70~80대 거동 힘들지만 자원봉사 ‘선뜻’ “위대한 자원봉사자 대열에 서게 돼 한없이 기쁩니다.” 24일 오전 우정구(73)씨는 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청운대에서 방제 자원봉사를 했다. 그는 게닦이를 하는 짬짬이 화창한 하늘과 푸른 바다를 둘러보며 눈물을 훔쳤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사할린에서 영구 귀국한 그는 케이티엔지(KT&G)복지재단이 첫 고국 나들이를 제안하자 사할린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동포 380명과 함께 태안 방제활동을 택했다. 70~80대가 대부분이지만 일제 강점기에 징용당한 아버지를 따라 남의 나라, 낯선 땅에서 호적도 없이 평생을 살아온 이들이기에 내 나라, 내 땅의 아픔을 나누려는 마음은 남달랐다. 방제복을 직접 입고 청운대에 도착한 이들은 사할린이 섬이어서 바닷가에 사는 이들의 생활을 잘 알고 있는 터라 기름 한 덩이라도 더 치우자며 손길을 바삐 움직였다. “사고가 났을 때 적십자회에 자원봉사활동을 신청했는데 춥고, 환경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아 나이든 분들은 힘들다고 해 못 왔습니다.” 서영자(67)씨는 “동포들과 같이 방제활동을 해 더 기쁘다”며 “하루 빨리 물고기들이 돌아와 어민들이 예전처럼 살기 바란다”고 소원했다. 사할린 동포들은 또 “우리는 힘이 모자라 많이 치우지 못하지만 많은 국민이 기름피해 지역을 찾아와 피해 주민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아픔을 보듬어 주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방제활동 확인서를 발급받지 않았다. 아직 호적 정리와 주민등록 발급 등 행정 처리가 끝나지 않아 주민등록증이 없는 이들이 많은 데 따른 것이다. 케이티엔지복지재단 김재홍 이사장은 “사할린 동포들은 꿈에 그리던 모국으로 돌아왔지만 생활고와 외로움, 서툰 한국어 등으로 가벼운 바깥 나들이조차 쉽지 않은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고국 첫 나들이 기회를 방제활동으로 맞바꾼 이들의 마음이 피해 주민들에게 시련을 이기는 힘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구 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은 1945년 8월15일 이전에 태어난 이들로, 287세대 578명이 인천 남동구 논현동 주공아파트 등에서 거주하고 있다. 태안/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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