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풍경] 고등어·미나리 담다보니 전시회 구경 ‘덤’ 주네요

대전 중앙시장에서 열리는 재래시장미술제를 하루 앞둔 15일 시장을 찾은 박선의(왼쪽)씨가 상인 이경준(가운데)씨의 설명을 들으며 출품작인 ‘주전자’를 감상하고 있다.

전시회로 활력찾는 대전 중앙시장

상인·예술가 작품 내일부터
“침체된 재래시장 동력 되길”

“이건 얼마예요?”

15일 박선의(55)씨는 대전 중앙시장 신성철물점 앞에 놓인 주둥이 4개짜리 주전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철물점 주인 이경준(52)씨가 뛰어나와 “이종현 작가라는 분의 시장미술전 출품작”이라고 알려주자 박씨는 “이런 주전자는 처음 봐 어떻게 쓰는지 궁금했다”며 얼굴을 붉혔다. “아줌마만 그런 거 아니에요. 벌써 10여명이 주전자 파느냐고 궁금해하던걸요.” 이씨가 ‘킬킬킬’ 웃음을 참지 못하자 박씨도 이내 따라 웃었다. “주둥이가 여러 개이니 사방으로 물건을 파는 시장에 걸맞은 작품이네! 뭐.”

생선·한복·주방용품·채소·과일·철물 등을 파는 대전 중앙시장이 미술작품 전시장으로 변신했다. 대전 중앙시장에서 16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2008 시장미술제’가 열린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중앙시장미술제는 ‘재래시장-시장의 역사와 사람, 기능’을 주제로 전국에서 45명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개막을 하루 앞둔 이날 시장 곳곳에는 테라코타 북어 30마리, 주방용품을 용접해 만든 12지신 등 미술제에 참여한 작가들의 예술품들이 설치돼 장바구니를 든 이들의 관심을 끈다.

‘시장보고 미술보고’ 부제를 단 이 전시회는 침체일로에 선 재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존의 양식과 유파를 넘어선 파격적인 전시회를 열어 예술과 인간의 소통과 교류를 꾀하려는 것이다. 옛 청바지골목에서 30년째 의류를 파는 조한만(58)씨는 이날 자신의 얼굴이 들어간 1만원권 모양의 간판 작품이 내걸리자 쑥스러워하면서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시장을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옛 중앙극장 터 주차장은 극장에서 간판을 그렸던 전규일씨가 간판그림을, 옛 전주식당 골목은 80년대 이 식당 단골이던 백준기 공주대 교수가 회고 글을 각각 내걸었다. 옛 대전백화점 건물에 걸린 자수화는 화학을 전공하고도 시장을 떠나지 못하는 이곳 토박이 김명국씨가 직접 재봉틀을 돌려 만들었고, 영상작가 여경섭씨는 상인들을 인터뷰해 중앙시장 역사를 기록한 영상물을 상영하는 등 이색적인 전시물도 있다. 재래시장미술가협회 이재호(서울횟집 주인) 회장은 “시장미술전이 재래시장의 구실을 되찾는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