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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재래시장, 예술 옷입고 기지개 켠다

등록 2008-05-23 18:42수정 2008-05-23 22:31

23일 시장미술제가 열린 대전 중앙시장에서 지난주 결혼한 김혜영·고인수 부부가 설치 작품에 ‘영원히 행복하고 사랑하자’는 바람을 적고 있다.
23일 시장미술제가 열린 대전 중앙시장에서 지난주 결혼한 김혜영·고인수 부부가 설치 작품에 ‘영원히 행복하고 사랑하자’는 바람을 적고 있다.
대전 중앙·서울 동화 등 문화접목 잇따라
침체 탈피 방안…상인들 “활기 넘쳐 흐뭇”
시장은 오랫동안 사람이 만나고 물건이 매매되는 소통의 중심이었으나, 최근 전국의 재래시장들은 긴 침체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일부 시장들은 예술을 끌어들여 매력적인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작가들은 상인들의 치열한 삶, 시장의 역사를 창작의 소재와 무대로 만들어가고 있다.

23일 대전 중앙시장을 찾은 박세경(48·대전 관저동)씨는 곳곳에 전시된 설치 미술품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순대집 천장에는 동물들이 매달렸고, 청바지집 사장님은 만원권 모델이 됐다. 솜집 전시창에 떼를 이룬 양 60마리와 횟집 창문에 입을 쩍 벌린 북어도 전시작품이다. 생선가게 위에는 여객기가 하얀 비행구름을 내뿜으며 날아간다.

상품 속에 섞여 잘 안 보일 것 같지만 아줌마들은 예리한 감각으로 이질적인 상품들을 금방 찾아내곤 묻는다. “저거 얼마예요?” 과일장수 박순애(70) 할머니는 “물건 쌓아놓을 데도 부족하고 그깟 것 걸어봐야 장사에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손님들이 좋아하고 그 덕분에 시장에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대전 중앙시장 외에도 시장과 예술이 만나는 곳으로는 경기도 안양시 석수시장과 서울 을지로 6가 동화시장이 꼽힌다. 석수시장은 안양지역 재개발로 침체기를 겪었으나, 생활예술, 지역미술 운동, 공공미술 운동을 펼쳐온 ‘스톤앤워터’가 2004년 안양천 프로젝트에 이어 2005년부터 시장의 빈 가게를 상설 극장, 공연장, 전시장, 창작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거듭 태어났다.

동화시장은 서울시의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에 따라 새로 단장했다. 건물 벽면과 방화문엔 상인, 경비원 아저씨를 재미있게 그린 그림들이 그려져 있고 계단에는 손달린 의자, 거인 의자 등이 놓여 칙칙한 시장 이미지를 벗었다. 옥상에 있는 지퍼와 단추 모양 벤치와 상인들의 이름을 새긴 자수·재봉 작품은 사진찍는 이들의 발길이 끌어당긴다. 서울시는 올해 작품 2점을 추가 설치해 상설 전시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옷을 갈아입는 전국의 시장들은 셀 수 없다. 충북 청주 육거리시장은 밤마다 휘황찬란한 궁전으로 탈바꿈한다. 지난 2월 시장 골목 678m에 10만여개의 형형색색 전구가 반짝이는 루미나리에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충남 공주 산성시장과 부여 부여시장은 백제문화·관광형 재래시장으로 탈바꾼다. 또 전북 전주 남부시장 하늘공원은 공공미술팀 ‘심심’과 청소년, 상인이 어우러지는 창작·놀이 공간이고, 광주에서는 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대인시장의 빈 가게 20곳을 작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꾸미는 풍물거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 시장은 광주역과 버스터미널이 이전하면서 쇠락을 거듭해 왔다.

광주 대인시장 정범수(61) 상인회장은 “빈 가게들이 창작 공간으로 꾸며져 풍물거리를 이루면 대인시장은 상품뿐 아니라 문화도 사고 파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대전 경실련은 다음 달부터 ‘주제가 있는 시장 스타매장 만들기’ 기치를 내걸고 동네경제살리기 활동을 재개한다. 이 단체는 2002년부터 지역 경제모임들과 함께 재래시장의 가게별 사업분석, 리모델링 설계·감리, 마케팅 기법 교육 등을 지원했다. 이 단체 이광진 사무처장은 “재래시장 살리기는 원도심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민·관이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성공의 관건은 정착이며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가 얼마나 내실있는 협력 체계를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전국종합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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