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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문화지구 4년’ 대학로, 되레 상업화

등록 2008-06-12 21:48

공연장 4년새 52곳·상업시설 3년새 4천개 증가
창의·실험성 쇠퇴…“문화냐 상업이냐 갈림길”
서울의 대표적 문화예술 지역인 대학로가 2004년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에도 급속히 상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시정연)이 종로구청으로부터 용역을 받아 실시한 ‘대학로 문화지구 평가’를 보면, 2004~2008년 사이 대학로는 창작성·실험성을 점차 잃고 있으나, 상업성은 오히려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로에 있는 공연장은 2004년 57곳에서 2008년 3월 109곳으로 크게 늘어났다. 공연장 2곳 이상을 소유한 사람도 20명이 넘었다. 씨제이(CJ)엔터테인먼트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동북쪽 부지에 950석 규모의 뮤지컬 극장을 내년에 열 예정이어서 공연장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공연장이 늘어난 이유는 문화지구 지정과는 별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75곳의 공연장은 설문조사에서 대학로를 택한 이유로 ‘대학로라는 상징성 때문에’(49.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공연장 및 극단의 밀집’(31.5%), ‘관객 풍부’(6.85), ‘연극인 바람’(5.55%) 등으로 나타났고 ‘문화지구 지정’은 2.7%에 불과했다.

상업시설 역시 크게 늘어났다. 2005년 약 6천개의 상업시설은 현재 1만개에 이르고 있다. 다만 비디오감상실, 노래연습장 등 공연장을 위협하는 업소나 여관, 여인숙, 주유소 등의 시설은 줄어들었다. 대학로의 배우 90명은 설문조사에서 96.6%가 ‘공연이 상업화됐다’고 답했고, 상인들도 93.4%가 ‘업소가 대형화됐다’(93.4%)고 답했다.

대학로는 현재 ‘문화의 거리’와 ‘상업적 번화가’의 갈림길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도삼 박사는 “현재 극장을 팔겠다고 내놓은 곳도 많아 연말까지 20~30개의 극장이 없어질 것”이라며 “내년 문예진흥기금 지원이 줄어들면 더 많은 극장이 이곳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라 박사는 “대학로라는 공간은 대형 공연장과 상업시설이 넘치는 ‘브로드웨이’로 갈 것인지, 소형 공연장 중심의 ‘오프 브로드웨이’로 갈 것인지 갈림길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설문조사에서는 배우와 극단은 ‘오프-브로드웨이’를 선호하는 반면 공연장과 상인은 ‘브로드웨이’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로드웨이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고급 상점, 백화점, 뮤지컬 극장, 영화관 등이 몰려있는 거리이며, 브로드웨이에서 대자본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상업적 연극을 말하기도 한다. 오프 브로드웨이는 2차 대전 이후 상업 연극에 대한 반발로 브로드웨이 외곽에서 일어난 실험적인 소극장 연극운동을 말한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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