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사람과 풍경] 서예 대중화 30년 “마음으로 써야죠”

등록 2008-07-10 18:47수정 2008-07-10 19:52

8일 오후 광주시 북구 운암동 무등서예원에서 만난 오명섭 원장은 “더디 가더라도 무거운 글씨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8일 오후 광주시 북구 운암동 무등서예원에서 만난 오명섭 원장은 “더디 가더라도 무거운 글씨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4천여 제자 가르친 오명섭 원장
미술대전 작가들 배출…장기수와 인연도
광주에서 오는 14~26일 21년만의 개인전

“아니, 그렇게 쓰시면 안되고 삐침부터 하셔야 해요.”

8일 오후 4시께 광주시 북구 운암동 무등서예원에서 원생 10여 명이 무더위를 잊은 채 글씨에 빠져 있었다. ‘일속’ 오명섭(56) 원장은 원생들의 글씨에 필요한 부분을 첨삭하고 조언을 건넸다. 무등서예원엔 주부와 직장인들 뿐 아니라 스님과 신부, 수녀들도 나와 서예를 배운다. 10년 째 하루 3시간 이상 글씨를 쓰고 있는 박정자(63·여)씨는 “붓을 잡은 순간 모든 것을 잊고 몰입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1975년 3월 학정 이돈흥 선생에게 서예에 입문한 뒤 7개월 여만에 직장을 그만뒀다. 전남 곡성의 선비였던 할아버지의 무릎에서 천자문을 읽으며 익숙했던 그윽한 묵향에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80년 12월 광주 서구 농성동에 서예원을 차린 뒤 지금까지 4천 여명의 서예 입문을 도왔다. 80년대 광주교도소에서 서예를 통해 장기수들과 인연을 맺기도 했고, 가톨릭대와 무등도서관 문화학교에서 10여 년 넘게 서예를 가르치고 있다. 오 원장의 글씨를 우편으로 받아 사찰과 교당에서 수련하는 스님들과 원불교 교무들도 여럿이다. 그의 문도에서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초대작가 5명과 시·도전 초대작가 30명이 나왔다. 컴퓨터가 일반화되면서 서예원이 점차 사라지는 시대에 서예 대중화라는 외길을 묵묵히 걸어온 셈이다.

“우직한 글씨를 쓰고 싶어요. 시골스럽고 투박한….”

오 원장은 입문한 뒤 7,8년동안 “하루 천자 이상을 쓴다”는 약속을 지키면서 한학자였던 윤정복 선생한테서 사서를 읽는 등 한학을 계속했다. 국전에 8번이나 낙방하면서 한 때 좌절감을 맛보았지만, “먹이 사람을 갈 정도”의 자세로 배우고 익혔다. 또 “손 끝 재주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글씨를 쓰고 싶다”는 초심을 잃지 않고 욕심을 버리고 기본에 충실했다. 결국 국전에서 입선(5회)와 특선(2회)로 서단에 나온 오 원장은 국전 초대작가로 운영위원장과 심사위원장을 맡는 등 독창적인 필가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 원장은 14~26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 대동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보통 2,3년마다 개인전을 여는 것과 달리 21년만에 두번째 개인전을 열어 75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 서단의 대표적 작가인 학정 이돈흥 선생은 “고법과 오체 등 서법의 주류를 섭렵하며 낡은 모습을 바꿔온 일속의 작품에서 굳세고 넉넉한 기상을 엿볼 수 있다”고 평했다. 소설가 문순태씨도 “수행자처럼 정갈한 마음으로 무딘 칼로 돌을 다듬 듯 정진을 계속해온 그의 작품에서 독창적인 세계를 다지려는 변화의 꿈틀거림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글 사진, 정대하 기자daeha@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