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회가 성폭력 사건으로 사퇴 압력에 직면한 의원을 여성 관련 상임위의 위원장으로 뽑고, ‘알짜’ 위원회 배정을 둘러싸고 의원들 사이에 폭력사태가 벌어지면서 해산요구를 받고 있다.
광주시의회는 14일 상임위원장 선거를 통해 행정자치위원장에 김성숙(54), 교육사회위원장에 김월출(49), 산업건설위원장에 송재선(51) 의원을 뽑았다.
이어 3개 상임위별로 위원 6명을 운영위·예결위·윤리위에 2명씩 배정하는 과정에서 의원들이 서로 예결위와 운영위를 차지하려고 드잡이를 벌였다.
산건위에서는 배정에 불만을 품은 전우근(43) 의원이 “나는 안하겠다”고 하자 송재선(51) 의원이 “나이도 어린 X이…”라며 멱살을 잡고 뺨을 때렸다. 전 의원은 진단서를 받아 폭행 혐의로 법적 대응할 방침이다.
행자위에서도 운영위원 배정을 두고 언쟁이 벌어져 김선문(47) 의원이 “콱∼”이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손재홍(48) 의원이 주변에 있던 꽃다발을 던지기도 했다.
앞서 11일에는 의원 18명이 9 대 9로 갈려 경합을 벌인 끝에 강박원 의장, 조호권·진선기 부의장을 선출해 ‘식물의회’라는 안팎의 비판을 털어내지 못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광주시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하는 본분을 망각한 채 자리 나눠먹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의장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토론회를 거부했던 강박원 의장과 성폭력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김월출 교사위원장에 화살이 집중됐다.
성폭력 광주시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범시민대책위는 성명을 통해 “성폭력 혐의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의원이 청소년·여성 정책을 담당하는 상임위의 위원장에 뽑히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광주시의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는 만큼 당장 해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광주시당은 “‘집행부의 들러리’라는 비판을 받아온 강박원 의장이 재선되면서 광주시의회는 개혁성과 혁신성을 잃고 말았다”며 “더욱이 비리 의원에 면죄부를 주어 도덕성마저 상실한 의회가 어떻게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황정아 광주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은 “도덕 불감증과 패거리 정치 탓에 광주시의회는 쓰레기통이 되고 말았다”며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아온 민주당에 항의하고, 성폭력 의원이 사퇴할 때까지 사이버 시위와 지역구 선전 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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