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충남 당진 삽교호관광지관리사무소 관계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 영상물 홍보시설이 들어설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뒤로 삽교천유역개발기념탑이 보인다.
전교조 충남지부 “혈세 수억들여 독재자 미화”
군 간부회의 추진 지시…군수는 “모르는 일” 충남 당진군이 삽교호관광지를 활성화한다며 수억여원을 들여 박정희 전 대통령 영상물 방영시설 설치를 추진해 물의를 빚고 있다. 당진군 삽교호관광지관리사무소는 관광객들에게 삽교호의 조성 경위와 시대적 배경을 영상으로 알리려는 ‘삽교호관광지 영상물 제작계획’를 마련해 군에 3억여원의 예산을 요청했다고 28일 밝혔다. 관리사무소는 올 하반기까지 고화질 대형 전광판이나 대형 텔레비전을 삽교천유역개발기념탑 주변 잔디 광장에 설치하고 1979년 10월 26일 삽교호 방조제 준공식에 참석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과 축사 등을 담은 영상물을 상영할 예정이며, 함께 전시할 당시 행사 사진도 찾고 있다. 이 계획은 올 초 권갑순 당진부군수(현재 충남도 감사담당관)가 ‘삽교호방조제 준공식 행사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의 영상물이 농업기반공사에 있는데 이를 활용하면 관광자원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해 추진됐다. 권 감사담당관은 “삽교호 방조제 준공은 당진에 넓은 농토를 제공하고 지역민 생활이 윤택해지는 계기가 된 역사라고 판단해 지난 1월 간부회의 자리에서 제안한 뒤 관리사무소에 계획 추진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관리사무소 쪽은 “지난 21일 군 간부회의에서 일단 5천여만원을 들여 대형 텔레비전으로 영상물을 방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현재 실시·설계에 들어간 친수공원 안에 5억원을 들여 대형 고화질 전광판을 설치하는 홍보관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있고, 이 계획이 관광객 유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군수가 관심이 있는 사업이어서 관련 예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당혹스럽다”고 고민했다. 전교조 충남지부 관계자는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명목으로 수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상물을 홍보한다는 건 혈세로 독재자를 미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당진군수는 계획을 즉각 백지화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종기 당진군수는 “박 전 대통령 영상물 계획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이 같은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당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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